새누리당 친박계 사이에 미묘한 분화가 시작되고 있다. 친박 중진들은 친박 초재선 의원을 '강성 친박'으로 부르며 구별했다. 강성 친박이 '패권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친박 당권 주자들 사이에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현 상황이 친박이 쪼개지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 한다.

친박계인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태생이 친박이고 친박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데 요즘 조금 성향이 다른 강한 친박들이 어떤 친박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태생적인 친박"으로 자리매김하고 다른 일부 의원을 "성향이 다른 강한 친박"이라고 구분했다. 한선교 의원은 자신의 전대 출마 이유로 "(강성 친박이) , 또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에도 손상을 가는 행동을 하고 있고 당이 너무 강성 친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하며 강성 친박과 자신의 정체성을 갈랐다. 한선교 의원은 10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 서청원(왼쪽) 새누리당 의원이 6월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같은 당 윤상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한선교 의원은 서청원 의원을 당대표로 추대하자고 주장하는 그룹을 묶어 "친박 핵심들, 강경파"로 구분했으며 이들이 "잘못하면 강성 친박이 사라질 위험성을 느끼고 있어" 서청원 의원을 추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박 중진으로 당대표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 홍문종 의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친박 분화를 예견하는 말을 내놨다. 그는 전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에 대해 "완전히 탈 계파하겠다고 해서 저희하고 얘기하기가 참 어려워진 상황이 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미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이주영 의원은 "계파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 선거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대선기획단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는 점을 들어 '친박'으로 분류되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주영 의원은 "지나치게 계파의 사적 이익을 위해 싸움을 한다거나 이권투구를 할 때 문제가 되는데 제가 그런건 없다"(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고 강조했다. 친박 주류의 친박 계파패권주의와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친박계의 분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은 친박계 의원들의 단호한 단일화 거부 움직임이다. 당 대표 출마를 공언한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은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문종 의원만이 지난 7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출마 결심을 묻는 질문에 "저도 홀몸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최경환 의원이나 서청원 대표하고 이런 저런 관계가 다 있어서 이분들이 거취 표명을 해야 그 다음에 제가 그런 거취 표명을 (할 수 있다)", "제 행보가 제 욕심이나 제가 꼭 해야 된다는 책임감 이런 것만으로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서청원 의원 출마 여부를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대통령 복심'으로 불렸던 이정현 의원 마저 보도통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선거 출마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을 보면 친박계 내의 각자도생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서청원 의원이 출마를 고사하게 되면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은 '분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이정현 의원은 본인 생존을 위해 당 대표에 출마했고 친박 내에서도 이정현 의원은 '물 건너 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