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답을 찾아낼 것이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처럼 언론사는 자사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언제나 답을 찾아냈다. 네이버가 정책에 변화를 주며 대응했지만 언론사는 ‘클릭’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왔다. 문제는 언론사의 생존을 위해 트래픽을 살리는 게 ‘발버둥’이 됐을지는 몰라도 언론사로서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와 다음을 손가락질 하면서 아등바등하는 사이 디지털 공간 속 언론은 어느새 침몰하고 있다.

포털 종속과 ‘PV 전쟁’, 잘못 꿴 첫 단추

예나 지금이나 언론사에게 포털은 증오의 대상이다. 종이신문과 방송 등 올드미디어 중심의 언론이 디지털을 방치하며 뉴스를 싼 값에 포털에 넘겨 버렸다. 결국 언론 스스로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공급자’에 안주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급성장을 하게 되고, 언론은 포털에 갇혀버린 신세가 됐다.

포털의 영향력은 2013년 포털 제휴심사기준 위반으로 퇴출된 A사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A사의 포털과 제휴 종료 직전 3개월 동안의 트래픽은 순방문자 116만5161명, 월평균 38만8387명이었다. 그러나 포털과 제휴 종료 이후 9분의 1로 줄었다. 구글 애드센스로 얻는 광고수입 역시 2013년 10월 기준 월 500달러에서  제휴 종료 이후 5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2000년 오마이뉴스 창간을 기점으로 인터넷언론사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채널은 극소수의 포털 뿐인데 수백 개의 언론이 경쟁을 하게 됐으니 필사적으로 클릭을 유발해야 했다. 물론, 이때만 해도 포털 메인에 걸려 ‘대박’을 얻는 확률이 컸고, 기사 하나당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뉴스캐스트 시절 메인화면이 더럽혀진(?) 걸 참지 못한 네이버가 2013년 3월 PC 메인의 뉴스편집을 포기하고 네이버 뉴스스탠드를 도입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후 주요 언론사 트래픽은 반토막났다. 1위였던 매일경제의 방문자 수가 51%나 급감, 5위로 추락했고 2위였던 조선닷컴도 47% 급감, 3위로 추락했다. 군소 언론의 경우 사실상 문을 닫을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어뷰징 전쟁’이 벌어졌다. 언론이 앞 다퉈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키워드를 통해 대동소이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메인에 걸어주지 않으니 검색했을 때 가장 위에 걸리도록 해 ‘대박’을 노리는 전략이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조선닷컴 어뷰징 매뉴얼’은 언론의 어뷰징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매뉴얼은 매경닷컴, MBN, 스포츠동아를 ‘경쟁지’라고 언급하며 “이들 기사가 상단에 올라와 있으면 가장 먼저 그 키워드로 기사를 써 우리가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현재 전 카카오 차장이 지난해 쓴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수지 열애설’ 관련 기사만 1840건에 달하기도 했다.

포털은 여러 기사를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을 도입하고, 네이버는 기사 품질향상을 위해 기자의 프로필을 기사에 넣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지만, 언론은 변칙 어뷰징을 통해 버텼다. 최초 기사에 검색 가중치가 붙는다는 점을 이용해 기존에 포털에 송고한 기사를 다른 기사로 덮어버리는 ‘엎어치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북한군 귀순 관련 동아닷컴의 기사가 실제 귀순 시점보다 이전에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비뇨기과 광고’의 딜레마

PV전쟁이 지속되면서 언론사 페이지는 언론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에서 ‘광고를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뉴스캐스트 시절만 하더라도 언론사 PV가 온라인 광고 수익을 보장하는 데 빛을 발하기도 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들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언론사 입장에서도 안정된 매출이 보장되면서 언론사와 광고대행사, 광고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PV가 줄어들자 유력한 광고주들은 언론을 떠났고 속칭 지저분한 광고만 남게 된 것이다. 급감한 트래픽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광고가 필요했다. 화면 곳곳에 덕지덕지 붙고,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갑자기 튀어나오고 심지어 기사 본문을 읽을 수 없도록 가리는 광고도 적지 않다. 비뇨기과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무분별한 의료광고가 넘쳐났다. 최근에는 성인웹툰 광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요즘은 방송사에 광고도 안 주는데 언론사 닷컴에는 당연히 광고를 주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광고가 포털로 몰리게 된다. 포털은 이용자가 많고, 가격을 지불하는 만큼 광고 노출이 되고 타겟팅도 정확하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매출실적을 보면 따르면 네이버 광고 매출이 지상파 3사 광고매출의 합을 넘어서기도 했다. 

선정적인 광고는 독자를 떠나게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4년 펴낸 ‘디지털 광고 환경 변화와 언론사의 대응전략’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61명은 선정적 광고가 해당 웹페이지의 신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국민일보 온라인팀 관계자는 “PV에 도움 되려면 광고를 많이 붙일 수 밖에 없다. 광고를 줄이려면 그만큼 다른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도 “물론 지금이 광고 한계치라는 인식은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 상위 23개 언론 월간 PV, UV합계. 자료=코리안클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스핏츠의 영상을 통해 ‘배너 광고 갑’이라는 오명을 쓴 프레시안은 우리 언론이 처한 ‘악순환’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프레시안은 당시 올린 공지 글에서 “매체가 매달린 산소통에 공기는 좀 더 집어넣을 수 있었지만 산소호흡기 자체를 떼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PV가 급감한 상황에서 유료회원 모델에 도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기업에 광고를 뜯어내는 모델의 오프라인신문도 없는 인터넷신문에게 결국 대부분의 수입원은 온라인광고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저분한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니 이용자들의 비판을 사게 됐다. 지저분한 광고를 없애야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살기 위해선 지저분한 광고가 필요한 악순환이 이어졌다.

최근 PC에서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시장이 커지는 건 긍정적이다. 단, 동시에 PC 광고시장 파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3월 제일기획이 발표한 ‘2015년 대한민국 총 광고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광고비는 1조2802억 원을 기록하며 2014년(8391억) 대비 52.6%나 증가했다. 올해도 모바일 광고비 전망치는 1조5191만 원으로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PC광고는 6%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PC광고비는 2014년 대비 7.8% 감소한 1조7216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언론사에선 어떻게든 모바일 광고 영역을 키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사 문단과 문단 사이에 광고를 넣고 페이지 스크롤을 내릴 때 따라 내려오는 광고, 기사 페이지 접속 후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뒤 페이지가 아닌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장 큰 수익이 나오는 건 아니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아 들어갈 수 있는 광고 수에도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모바일 광고 단가가 PC에 비해 턱 없이 낮기도 하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클릭당 PC는 7원 정도가 됐다면 모바일에서는 2원 정도의 수익이 들어오게 된다”면서 “클릭당 5원씩 펑크가 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사이트 내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방안으로 네이티브 광고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우선,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언론사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향신문의 경우 일선 광고대행사에 ‘네이티브 광고 제안서’를 배포하기도 했지만 내부 반발로 도입이 무산되기도 했다. 

최철 CBS 뉴미디어부 SNS팀장은 “광고 사업부서 얘기를 들어보면 기사에 들어가는 광고 클릭이 거의 없어 네이티브 광고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런 광고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적절한 에피소드가 담기거나 퀄리티가 높아야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에서도 진짜 ‘네이티브 광고’는 선호하지 않는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흥미로운 게 언론사와 홍보업계의 용어가 다르다. 홍보업계가 말하는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는 광고로 언론에서 말하는 협찬과 같은 개념”이라며 “광고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아야 더 잘 먹히는데, 굳이 광고라고 명시하는 네이티브 광고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평가위 뜨면 끝? “해답 또 찾을 것”

매번 뉴스편집과 진입, 퇴출에 논란이 불거지고 언론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던 포털은 신문협회, 방송협회 등 언론 단체에 포털뉴스 생사여탈권을 넘겨버리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도박을 강행하며 업계엔 또 한번의 변화가 일어났다.

평가위는 그동안 벌어진 문제들을 모두 ‘제재 대상’에 올렸다. 평가위가 정한 부정행위는 △중복ㆍ반복기사 전송(어뷰징)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관련뉴스ㆍ실시간 주요뉴스 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한 광고 및 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동일 URL기사 전면수정(엎어치기) △ 미계약 언론사 기사 전송 △저작권 침해 기사전송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 △ 포털 전송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등이다. 

업계에 포털제휴 심사를 맡기는 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포털은 “오히려 업계에 맡겨야 책임 있게 판단할 것”이라며 평가위 설립을 강행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가위가 막장으로 치닫는 PV전쟁을 막을 가능성은 낮다. 

▲ 2012년 2월~ 2016년 3월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월간 PV 추이. 전반적으로 언론사 PV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조선, 동아, 매경의 하락 폭은 크지 않고, 최근들어 다시 PV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료=코리안클릭.
3월 뉴스제휴평가위 심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전반적으로 언론사의 PV와 UV(순방문자수)가 감소하는 추세인 건 사실이다. 상위 23개 언론의 PV 합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PV는 2012년 2월부터 4년 1개월 중 가장 낮은 9억1500만을 기록했다. 순방문자수 역시 집계기간 중 3번째로 낮은 수치다. 

그러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는 평가가 시작된 3월 트래픽이 이전보다 늘었다. 조선닷컴의 월간 PV는 올해 1월 들어 3억1100만까지 떨어졌으나 평가를 시작한 3월이 되자 3억5400만까지 치솟았다. 동아닷컴은 2월 8000만에서 3월 9500만으로 늘었다. 매경닷컴 역시 지난해 8월 2800만까지 PV가 떨어졌으나 올해 2월 3800만, 3월 4600만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변칙 어뷰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인터넷매체 온라인팀 관계자는 “포털 평가위 심사는 매년 1월 리셋되는 걸로 기준이 나와 있다”면서 “올해 12월이 되면 어뷰징 기사가 폭발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새 새로운 어뷰징 유형도 등장했다. 포털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준의 어뷰징이 감소한 건 맞는데 풍선효과처럼 포털에 송고한 기사 내에 다른 자극적인 기사 링크 리스트를 넣는 ‘링크 어뷰징’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경향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MBC, YTN, 연합뉴스TV, 한국경제TV,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등이 기사와 무관한 자극적인 기사를 링크하거나 광고 링크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인 척 ‘광고’를 넣는 신종 수법도 나왔다. 충청투데이가 지난달 8일 작성한 ‘충청권 대학들 ‘프라임 사업’ 유치 필사적’ 기사는 문단마다 맨 끝에 화살표로 관련기사 링크같은 화면이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모두 광고로, 클릭하면 광고주의 페이지로 이동한다.

한 인터넷신문 온라인 광고 담당자는 “100만 뷰 때 3억을 찍었다면 50만 뷰 때도 3억을 찍어야 한다”며 “온라인 광고 매출을 맞추기 위해선 광고 개수를 늘리거나 기사 어뷰징 통해 PV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기사를 (광고로) 더 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만악의 근원’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실시간 검색어가 어뷰징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지만, 폐지된다고 해서 어뷰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차단 된 건 아니다. 포털 관계자는 “이제는 SNS의 비중이 크지 않나.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설현의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지도 않았지만 어뷰징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엄호동 부국장은 “뉴스스탠드, 뉴스제휴평가위라는 포털 정책의 변화로 전반적인 트래픽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시기가 좀 더 앞당겨졌을 뿐”이라며 “양질의 콘텐츠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클릭을 유발해 광고수익만 늘리는 건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었다. 어찌됐건 이대로 가다간 몰락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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