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14년 9~12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에 1억2000여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당시에도 탈북자단체 간부에게 자금을 지원해 증거수집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각종 의혹에 아침신문들은 사설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 “전경련, 어버이연합 돈 지원에 靑 관여했는지 밝혀라”, 중앙일보 “전경련 어버이연합 뒷돈 의혹의 진상을 밝혀라” 등 보수성향의 신문들도 전경련과 청와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해당 주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22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구조조정 ‘야·정 협의’ 뜬다>
국민일보 <정부, 현대상선 법정관리 검토>
동아일보 <“계파 벽도 넘어 표심에 응답하겠다”>
서울신문 <‘특별고용업종 지정’ 구조조정 속도 낸다>
세계일보 <2야·정부 ‘정책 협의’ 머리 맞댄다>
조선일보 <與원로들 “모든 책임, 대통령에 있다>
중앙일보 <“규제프리존·청년일자리법 19대 꼭 처리>
한겨레 <구조조정 ‘전야’…‘하청의 눈물’ 이미 시작됐다>

비전코리아,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

JTBC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차명계좌가 탈북단체를 동원한 관제 데모의 ‘일당 정산용’으로 활용된 정황이 나왔다.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선교재단의 입출금 내역은 2014년 12월말까지의 입출금 내역만 남아있었다.

▲ 22일자 경향신문 만평

해당 내역을 보면 2014년 9월5일 전경련으로부터 4000만원이 입금되자 당일과 다음날 추 사무총장에게 600만원, 탈북자단체 관계자인 김아무개씨에게 800만원이 이체됐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활동을 자주 보도한 보수성향의 인터넷매체 기자에게도 일정액이 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재단과 거래가 중단된 뒤 2015년 2월 어버이연합 사무실과 같은 주소지의 사단법인 ‘비전코리아’가 생겼다. 하지만 비전코리아는 간판, 사무실전화 등이 없는 유령회사였다. 등기부상 이사로 등록된 사람들은 비전코리아의 존재를 모른다고 답변했다. 전경련이 이 유령회사를 통해 어버이연합을 우회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 22일자 한겨레 기사

JTBC 보도에 따르면 올초 행정자치부는 이런 비전코리아를 ‘남북 주민의 문화 이질감 극복을 위한 사업’ 시행을 위한 비영리민간단체로 선정해 3500만원의 지원금을 배당했다.

국정원과 어버이연합은 어떤 관계?

JTBC 보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시에도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탈북자들이 피의자였던 유우성씨의 중국내 간첩활동 혐의 자료를 중국에서 모아와 어버이연합을 통해 국가정보원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당시 활동비는 어버이연합이 댔다.

국정원이 해당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국정원이 지시했을 것으로 가능성이 있고, 탈북자단체 김아무개 대표가 해당 사건 공판에서 “어버이연합을 통하면 수집한 자료가 국정원에 전달될 것 같아 어버이연합에 넘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봐 국정원과 어버이연합 사이의 교류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도 못 내 쫓겨날 뻔했던 어버이연합이

어버이연합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빌딩에서 2층은 강당 3층 일부를 사무실로 쓴다. 임대료는 월 800만원인데 뉴스1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2012년 10월에도 월세 500만원이 8개월간 밀려 사무실이 폐쇄되기도 했다. 2013년 심인섭 회장 역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22일자 한겨레 만평

경향신문에 따르면 추선희 사무총장은 “회원들로부터 회비와 후원금을 받고 폐지를 판 돈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보여준 ‘2016년 3월 회비 납부현황’에는 월 총액 267만원 밖에 없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극우보수 성향 단체의 인사들이 대기업에 기부를 요청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014~2015년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등을 운영하는 인사가 대기업들을 다니며 ‘왜 보수단체에 기부를 안 하냐’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해서 보수성향의 단체들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자금 뿐 아니라 개인정보 제공하는 세력도 있나

경향신문은 “판사 집 주소까지 알아내 기습시위…외부 도움 없인 힘들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외부세력이 공격대상을 특정해주고 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제공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2010년 1월19일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해 기소된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 자택에 가 시위를 했다. 경향신문은 “당시 이 판사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집 주소를 확보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당시 이 판사는 ‘누군가 미행한다’는 소문이 돌아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은 같은해 1월21일 서울 용산구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 모여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출근 차량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2008년 7월에는 주2회씩 출근시간에 맞춰 정연주 당시 KBS 사장 자택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법원 재판과 검찰 출석일정을 손쉽게 알아내기도 했다. 이에 법조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집 주소나 재판 일정 등은 개인정보”라며 “외부 조력자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과 현재 연루된 곳이 국정원, 행정자치부, 전경련인 가운데 추가로 어버이연합을 돕는 곳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야3당, 시민단체, 보수언론까지 진상규명 요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국정조사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은 “사실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청와대 역시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 개최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경실련은 어버이연합에 돈을 전달한 전경련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금융실명법 위반 등으로 검찰수사를 요청했다.

▲ 22일자 한겨레 사진기사.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걸린 '박통'

한 단계 수위는 낮았지만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전경련,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국정원을 지목해 진상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다만 “집회와 관련한 부탁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자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건 집단적 의사 표현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만약 그 과정이 왜곡될 경우 민주주의 시스템은 망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국내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전경련이 세월호 진상규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지지 등 집회를 해온 보수단체에 뒷돈을 대온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검찰과 국세청 역시 조세포탈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그동안 의혹을 부정해왔고, 2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어버이연합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추선희 사무총장은 사업가였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반감을 가지면서 ‘자유네티즌구국연합’,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등의 모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8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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