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보수 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탈북자 단체 회원들에게 일당 2만 원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1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MBC 녹취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탈북자 단체로 들어간 돈의 출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였다고 보도한 JTBC는 지난 21일 ‘뉴스룸’에서 “올해 초 공개된 MBC 노조원 해고 문제와 관련된 녹음 파일에도 어버이연합의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언급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녹취록을 다시 들여다보니 어버이연합이 집회나 시위에 참석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이 여기서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1월25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로로 파문을 일으킨 ‘MBC 녹취록’에는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이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과 정재욱 법무실장 등 MBC 간부들 만나 나눈 대화에서 어버이연합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 지난 1월25일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방송 갈무리.
백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임진왜란 직전에 율곡 이이가 10만 양병설을 주장했을 때처럼 지금 MBC라든가 기타 여러 매체에서는 그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고 말하자 박 국장은 “10만 양병은, 제일 쉬운 것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고 있다”고 답한다.

박 국장은 “사실은 이쪽에 돈 나오는 구멍들이 내가 다 안다. 돈 나오는 구멍이 많지 않다. 거기에서 차비를 받으면 1000명이면 1000명, 2000명이면 2000명 해서 수당을 받아 가는 거다. 거기 가서 도시락도 받아 오고, 그게 우리가 말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실체들”이라고 밝혔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결국 ‘돈 나오는 구멍’ 가운데 하나가 전경련이라는 이야기다. 전경련은 2014년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에만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1억2000만 원을 송금했다. 

박 국장은 이어 “그러니까 우리 60~70대 노인들이 보수 쪽에서 2만 원씩 받으면서 나와서 요구르트랑 빵이랑 김밥이랑 사발면, 이런 것 받아 가면서 모이는 공간이 어버이연합”이라며 “그게 소문이 나다 보니까 ‘아, 여기 가면 이렇구나. 또 여기서 얼마나 더 많이 생긴다’ 해서 모여서 지금은 보수 최고의 단체가 어디냐 그러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시사저널이 입수한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탈북자들을 일당 2만 원에 세월호 반대 집회에 투입했는데 한 집회에 최대 200여 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 기간만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했고, 이때 일당 2만 원을 받고 고용된 탈북자 수는 1259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2518만 원이었다. 

실제 어버이연합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탈북자 단체 회원도 미디어오늘에 2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시사저널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시사저널 건물을 찾은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이자 탈북어버이연합 소속 김미화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어머니들이 점심도 안 먹고 집회에 참가했다가 집에 가면서 2만 원 받아서 김밥 한 줄 사 먹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우리는 2만 원에 목매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애국정신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런 충정을 일당 2만 원에 비교하냐”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빨갱이들 거짓말” 시사저널 몰려간 어버이연합)  

지난 21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시사저널 건물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안광한 MBC 사장 취임 이후 MBC 간부들이 극우매체 관계자들을 만나 ‘10만 양병설’을 논했던 이유는 경력사원 채용과 관련해 회사 말을 잘 듣는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관련기사 : 파업참가 기자들 내몬 MBC, 경력기자 채용 논란)


백 본부장은 “밑에서 파업했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지금은 잠깐 납작 엎드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 또 올라올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좀 사람을 키우고 준비를 해야 된다’는 큰 명제를 가지고 인사가 끝나고 올해 안에는 조직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녹취록에는 또 전경련 산하의 자유경제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장본인은 전원책 변호사다. 박 국장은 자유경제원 원장이었던 전 변호사를 언급하며 “전 원장이 어느 날 나를 불러 ‘이진숙 본부장(2012년 당시 기획조정본부장)하고 MBC 사람들 만났다’며 MBC 사보를 보따리에 싸서 줬다”면서 “전 원장이 ‘니가 MBC를 좀 맡아라. 나는 바빠서 안 되겠다. 니가 전담마크해라 이제부터’ 해서 내가 그때 숙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폴리뷰는 월급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백 본부장의 질문엔 “그래서 내가 그때 전 변호사가 자유경제원 원장으로 취임하고 자유경제원 잡지에 참여도 하면서 폴리뷰랑 아예 합쳐 버리려고 했다가 안 됐다”며 “그래서 자유경제원에서 내 원고료만 특별히 좀 많이 줬고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자유경제원은 1996년 전경련 산하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 부설 자유기업센터로 출범한 뒤 1997년 재단으로 분리됐다.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전경련, ‘위장계열사’ 자유경제원에 20년간 매년 거액 지원)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의 전체 수입 중에서 외부 지원금과 출연금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98%에 이르는데 전경련이 사실상 자유경제원 예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한겨레는 “전경련이 지난 20년간 자유경제원에 지원한 금액과 출연금을 모두 합치면 5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MBC가 파업 중이던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유경제원 원장을 지냈다. 전 변호사는 ‘MBC 녹취록’이 공개된 후 미디어스(전원책, MBC-보수매체 녹취록에 수차례 등장 왜?)와 인터뷰에서 “나는 폴리뷰에 단돈 1원도 지원한 바 없다”며 “내가 원장으로 있는 동안 단 10원도 외부에 나간 것이 없어 이것 때문에 보수 쪽에서 욕을 얻어먹었다”고 해명했다.

전 변호사는 이진숙 본부장과 만남에 대해선 “이 본부장과 우연히 식사를 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며 “박한명을 ‘2032’ 잡지 때문에 1~2달에 한 번씩 얼굴을 봤는데 예컨대 ‘이런 이야기 모르느냐’고 말했다. 이미 다 신문에 나온 이야기였다.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닌데 박한명이 (MBC에)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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