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시사토크로 논란이 됐던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무더기로 선거방송심의에 올랐다. 사회자 장성민 앵커가 하차했지만, 하차 이전에 방영된 내용이 문제가 됐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 프로그램 5건과 채널A 프로그램 1건에 대해 관계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에 제작진이 직접 출석해 질의를 한 이후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절차로 이변이 없는 한 법정제재를 받게 된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감점이 되는 중징계다.

가장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장성민의 시사탱크’다. 이날만 4건 심의를 받았으며, 그 중 3건에 대해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TV조선이 의견진술을 연기한 안건 2건을 포함하면 다음주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시사탱크’만 5건의 법정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의견진술을 받게 된 ‘시사탱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거나 도를 넘은 정치인 희화화와 조롱이 있는 경우,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낙선을 요구하는 경우였다.

지난 1월21일 ‘시사탱크’ 방영분에서 진행자와 패널들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불쏘시개’ ‘2016년판 국보위를 만들려는 것’등 비난에 가까운 평가를 했고 “막말하고 비리하고 갑질하는 의원인 정청래, 김경협, 윤후덕, 신기남, 노영민 등을 솜방망이 처벌 하는 게 친노패권”이라고 밝히면서 특정 예비후보자의 낙선을 요구했다. 장성민 앵커는 “친노들이 박영선 의원을 꼭두각시나 뭐 이런 걸로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 TV조선 '장성민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1월28일 ‘시사탱크’ 방영분에서는 패널들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가리켜 ‘임차인’ ‘얼굴마담’이라고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신군부식 정치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패널들이 이종걸 원내대표에 대해 ‘김종인의 바지사장’이라고 지칭하며 “컷오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등 추측을 사실처럼 내보냈다. 감정적인 발언을 자제시켜야 할 장성민 앵커가 되레 더민주를 가리켜 “정신이 썩어 빠진거지”라고 비난을 했고 클로징 멘트에선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밥그릇 찾아먹어라”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2월10일 ‘시사탱크’ 방영분에서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켜 ‘안보무능정당’ ‘안보무관심 정당’ ‘북한의 자위권 편들기는 더불어민주당의 DNA처럼 각인’ 등의 표현을 통해 종북몰이를 했다. 장성민 앵커는 더민주 의원들의 대북강경발언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선거 때마다 종북 프레임에 휘말릴만큼 대북정책이 여론과 괴리된 자세를 취한다는 안보무능정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시사탱크’의 문제에 관해 심영섭 위원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너무 쉽게 일반화한다”면서 “낙선을 요구하는 건 패널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박흥식 위원은 “방송을 신문 사설처럼 끌고가는 건 지양돼야 한다. 방송에서 사견을 이렇게 객관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건 문제가 크다. 도를 넘어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사탱크’는 1월 22일 방영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선대위 구성에 대해 ‘친노결집 선대위’ ‘두번 기만 선대위’라고 표현하고 박영선 의원에게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표현했다. 이 경우 도를 넘은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없어 심의위원들은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내렸다.

이날 2월10일 방영된 TV조선의 메인뉴스인 ‘뉴스쇼판’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최희준 앵커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총선에 대한 대담을 나누며 “북한에 대한, 김정은에 대한 애정이 있냐”면서 “YES 또는 NO로 답해야 한다”고 세 차례 질문한 게 문제가 됐다. 심영섭 위원은 “질문을 여러번 하면서 대답을 강요하고, 이건 명확히 낙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심상정 의원 뿐 아니라 정의당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갈무리.
지난 1월27일 방영된 채널A ‘쾌도난마’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방송에서 출연자가 참여정부에 대해 “광주항쟁의 본부인 옛 청사자리를 다 파괴했다” “호남사람은 청와대에서 무조건 배제했다“고 언급하고 문재인 의원에게 ”과거 호남을 비하하는 책을 썼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김상균 위원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내용인데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심영섭 위원은 “지역감정 부추기면서 계속해서 편향을 조장하는 발언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기간 선거방송 심의를 전담하는 독립기구로 여야 뿐 아니라 학계, 시민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원을 추천한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일반적인 정치현안에 대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고 선거 후보자, 정당 인사영입, 선거여론조사 등 선거에 관한 보도는 선거방송심의위에서 맡는다. '시사탱크'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법정제재가 3건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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