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손혜원 국회의원 당선인의 발언을 왜곡해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TV조선이 ‘김종인 대표는 종편만 보는 것 같다’는 손 당선인의 말을 ‘막말’이라고 규정하며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왜곡했기 때문이다.

본인을 국회 출입기자로 소개한 김경화 TV조선 기자는 4일 “서울 마포을 지역구의 더민주 손혜원 당선인이 최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며 “종편 4개사를 노인들을 오염시키는 언론으로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기자가 ‘한 종편’이라고 지칭한 JTBC의 해당 보도([현장에서] 화제의 당선자…더민주 손혜원을 만나다)를 보면 손 당선인은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설과 관련해 “김 대표가 마음을 바꿀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인은 안 바꿔요”라고 답했다. 이어 손 당선인은 “김 대표는 누구와 연락을 하면서 이런 의견을 나누는 거냐”는 질문에 “아무도 안 한다. 내가 보기엔 종편만 보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TBC 보도만 보면 손 당선인은 문 전 대표를 향해 김 대표가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노인은 안 바꾼다’고 말했을 뿐 노인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지도 않았고, 김 대표가 볼 것 같다는 종편으로 TV조선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4일자 TV조선 '뉴스쇼 판' 갈무리.
그런데도 김 기자는 “종편은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4개 종합편성채널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김 대표는 자신의 측근이었던 손 당선인에게 ‘종편만 보는 노인’으로 낙인 찍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또 “지난 1년간 종편을 본 경험이 있는 200만 명의 노인을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로 폄하했다”면서 “일반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 계층을 싸잡아 비판했고 종편 4개사를 노인들을 오염시키는 언론으로 폄하했다”고 강조했다. 

‘노인은 안 바꾼다’와 ‘김종인 대표는 종편만 보는 것 같다’는 손 당선인을 말로 ‘김종인 대표는 노인이다. 그러므로 노인은 종편만 본다’는 연역추론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게다가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과 ‘종편만 보는 노인’ 왜 ‘폄하’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가령 ‘JTBC만 보는 70대 이상 시청자’라고 해도 ‘노인 폄하’인가.

손 당선인은 ‘노인 발언’ 등과 관련해 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대표 영입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드린 말씀”이라며 “김 대표도 내 충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들이 종편을 많이 보는 것도 ‘낙인’이 아닌 ‘사실’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평균 시청자 수는 MBN 25만696명, 채널A 21만1494명, TV조선 18만2106명, JTBC 18만150명 순이었다.

종편 4사 시청자수 통계에서는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높은 ‘고령 시청’ 비율을 보였다. 50대 이상 시청자 비율은 TV조선 75.6%, 채널A 73.3%, MBN 73.1%, JTBC 43.8%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종편은 TV조선인데, 김 기자의 주장대로라면 TV조선은 ‘노인들을 오염시키는 언론’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김 기자가 만약 김종인 대표가 종편 중에서도 TV조선을 볼 것으로 생각해 TV조선을 보는 김 대표를 비판하는 손혜원 당선인이 괘씸하다고 느꼈다면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일 TV조선 보도에 대해 “정작 손 당선인과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JTBC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고 채널A와 MBN도 ‘냉온탕 화법’이라며 발언 내용을 전했을 뿐”이라며 “편파 보도, 막말 보도, 반인권적 보도 등 종편 채널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히고 있는 자사의 행태에 반성 대신 ‘발끈’하고 있는 TV조선의 ‘변하지 않는’ 모양새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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