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MBC, ‘욕설 국장’ 비판 이상호 기자 글 삭제
MBC, ‘욕설 국장’ 비판 이상호 기자 글 삭제
"게시판 운영 지침 위반" 게시판 접근까지 차단… 이상호 “언론사에 남을 웃음거리”

MBC 사측이 미디어오늘 등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이상호 기자의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이 기자의 게시판 접근 권한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정직 6개월 만에 복직한 이상호 기자는 인트라넷 커뮤니케이션 게시판에 복직 인사글과 함께 최근 최기화 보도국장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사과를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최 국장은 최근 MBC 보도내용 등을 취재하기 위해 전화한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X새끼야”, “싸가지 없는 새끼”라는 등 욕설과 폭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아울러 욕설 발언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한 한겨레 기자에게도 “야, 이 새끼들아. 전화 좀 하지 마라”며 한겨레를 비하기도 했다. 

이상호 MBC 기자가 지난해 7월 해고무효소송 대법원 선고 직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하지만 이 기자가 쓴 글들은 며칠 후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삭제됐다. 이 기자는 해당 게시판에 대한 접근권한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MBC 인트라넷 초기화면에선 일반 직원들과 노동조합이 올린 글도 노출이 됐었지만, 최근 게시판 시스템 변경 이후엔 회사에서 올린 글만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노조는 조합게시판에만 글을 쓸 수 있고, 기존의 자유발언대 게시판은 커뮤니케이션방으로 바뀌어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커뮤니케이션방의 게시글 수도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인트라넷 게시물이 사규를 위반하거나 회사 또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유해 게시물,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비방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때만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자보다 먼저 최 국장의 사과를 촉구한 MBC 기자협회장의 글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 기자의 글만 삭제한 것은 회사나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7월 대법원 해고무효 확정판결 후 복직한 후에도 인트라넷에 MBC 뉴스보도를 비평하는 글을 올렸다. 사측은 이 기자의 복직 한 달 만에 트위터를 통한 회사 명예훼손과 회사 허가 없이 팟캐스트 출연 등을 사유로 재차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MBC 총무부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기자의 글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게시판 운영 지침을 위반했다”며 “(구체적인 위반 내용은) 조만간에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기화 국장 관련 MBC 인트라넷 게시판에서 삭제된 이상호 기자의 글 전문이다. 

“최기화 보도국장,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기자란 무엇입니까. 기록하는 사람 아닙니다. 묻는 사람입니다. 묻고서 그 답변을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질문 행위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남도 나에게 물을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자로 먹고살려면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도국장은 어떤 자립니까. 기자의 꽃입니다. 위아래 모든 질문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하는 보도국 소통의 중심입니다. 수많은 안팎의 소리를 듣고 균형 잡힌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입니다. 욕쟁이 독재자가 아니라 커뮤니케이터가 절실한 자리죠.

한 사람의 시청자도 MBC 뉴스에 대해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미디어 전문지 기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때 답변 책임자가 보도국장입니다. 불편한 질문이라면 답변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 행위 자체를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 MBC 뉴스는 소통을 거부하는 안하무인 권력으로 굳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기화 보도국장께서는 MBC 보도 조직을 두고두고 언론사에 남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습니다. 보도국장께서는 MBC 기자들의 대외 취재력도 무력화시켰습니다. MBC 기자의 취재요구와 질문공세에 취재 상대방이 욕설로 무시할 때, 후배들은 뭐라 반박할 수 있을까요.

최기화 보도국장은 MBC 보도국 조직의 명예와 밖에서 고생할 후배 기자들을 위해서라도 즉각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해당 기자들에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추락하는 것은 MBC 뉴스의 신뢰성과 영향력만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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