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당시 KT의 전화사기를 내부고발했다 해고된 이해관 전 KT 새노조 위원장이 복직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KT가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해달라”면서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해관 전 KT 새노조 위원장이 보호해야 할 공익신고자로 확정돼 복직하게 된 것이다.

발단은 2012년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다. 당시 주최기관인 뉴세븐원더스는 국내 투표를 위한 통신사로 KT와 계약을 맺었다. 이 전 위원장은 “KT가 국내전화로 투표를 받으면서도 국제전화인 것처럼 속여 요금을 부당하게 올려 받았다”는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알렸다. 통화사실 확인내역서를 보면 착신국가가 영국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투표 결과를 국내에서 자체 집계한 후 뉴세븐원더스에는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123202_147871_5818_99_20150525094906.jpg
▲ 2011년 9월 제주공항 도착대합실에서 제주도와 도관광협회,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를 해 달라며 관광객들에게 삼다수와 함께 홍보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고발 이후 KT 사측의 보복성 징계가 시작됐다. 2012년 3월 KT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 전 위원장에게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린다. 정직이 끝나자 KT는 이 전 위원장을 집에서 90km 떨어진 KT가평지사로 발령냈다. 같은 해 12월 KT는 이 전 위원장이 무단결근 등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2013년 국민권익위는 ‘해고’가 ‘내부고발(공익제보)’의 보복성 조치라고 판단해 KT에 해임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KT가 불복하면서 이번 소송이 시작됐으며 3년 만에 확정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복직 됐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공무원의 일가친척 동원까지 실적에 반영하는 등 국가적 과제로 추진된 ‘제주 7대 자연경관 투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닌 뉴세븐원더스라는 기업의 이익을 위한 이벤트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KT 전화투표 비리 역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검찰은 국제전화를 국내전화로 속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반 전화서비스와 달리 투표를 했던 지능망서비스의 단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부당이익은 없다고 판단했다. 2013년 1월 방통위는 번호세칙 위반 건으로 KT에 불과 3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을 뿐이다.

이해관 전 위원장은 “당시 전화투표 사건은 KT 민영화 이후 낙하산 경영진에 의한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KT가 반성했으면 좋겠다. 복직해서도 회사의 윤리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KT의 전화사기건은 정부가 덮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밝히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