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강조한 ‘100% 상향식 공천’이 안팎의 난관에 부딪쳤다. 친박계는 연일 인재 영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상향식 공천’ 흔들기에 나섰다. 경선을 치러야할 지역구에서는 경쟁자의 출마 선언을 방해하는 등 꼴사나운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신박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새누리당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 좋은 인물을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재 영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인재영입 필요성을 강조한 원 원내대표가 또 다시 인재 영입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원 원내대표는 “까만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잡는 게 최고”라며 인재 영입에 부정적인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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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철(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황진하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앞서 당으로 복귀한 친박 최경환 의원도 24일 박근혜 대통령 특사로 출국 후 귀국하면서 “야당은 경쟁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데 여당은 인재영입 노력이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정해진 일에 비판을 계속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중진 의원으로서 신중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자신을 향한 친박계 공격은 당의 총선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윤상현·홍문종 의원과 비박 김성태·권성동 의원,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등으로 갈려 인재영입과 상향식 공천을 두고 입씨름을 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내건 상향식 공천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비박계는 당내 경선으로 돋운 흥을 4·13 총선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일부 후보를 부각시키면서 당내 경쟁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5일 예정됐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부산 사하갑 출마 기자회견은 현직 비례대표를 포함한 예비후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 17일 안대희 전 대법관은 출마 회견을 마친 직후 당내 경쟁자인 강승규 전 의원 지지자의 거센 저항이 직면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랑곳 않고 안 전 대법관을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강 전 위원은 즉각 “선수를 심판으로 지명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문대성 의원에게 고향인 인천 남동갑 출마를 권했다”고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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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문 의원은 불출마 선언도 번복하고 출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불출마 당시 지역구(사하갑)에 “허 전 시장이 출마하면 잘할 것”이라는 모양새까지 만들어줬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허 전 시장과 문 의원의 출마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경선에 관심이 쏠릴지도 의문이다. 새누리당 예비후보 11명이 등록한 대구 중·남구에선 김희국 의원과 조명희 예비후보가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당이나 지역구민 모두 묵묵부답”이라고 김 의원 측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대구는 지나친 ‘친박·진박’ 경쟁에 경선 막이 오르기도 전에 유권자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춘수 대구 ‘매일신문’ 정치부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대구 선거판이 워낙 진박, 친박, 후보가 많아 시민들이 식상해 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인재 영입’에 선을 그은 후엔 돌려 막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공개적으로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험지 출마를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번복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대표가 힘을 실어준 인사들도 대부분 당내 인사였다. 총선 불출마 후 지역구를 인천으로 옮긴 문대성 의원은 물론 안 전 대법관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으며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지명까지 했던 인물이다.

‘젊은 정치인 그룹’으로 등장했던 6명 중 총선에 출마를 선언한 5명은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얼굴을 알린 새 인물이다. 하지만 종편 채널에서의 ‘막말’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려 정치 신인의 참신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친박계와 김 대표는 각각 인재영입과 상향식 공천으로 자기 사람 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대해 “지난 재보궐에서 ‘지역 일꾼론’으로 야당을 압도하는 재미를 봤고 그 방향도 맞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들어 맞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은 재보선과 다른데다 야당의 연대·통합 등이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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