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고위 공무원이 세월호 희생자 유족을 고발하라고 사주했다고 주장하는 태극의열단 오성탁 대표의 양심선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양심선언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업무적정성 조사를 둘러싼 여여(與與)갈등, 즉 해수부 파견공무원과 이헌 부위원장(정부여당 추천몫) 측의 의견차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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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고발을 권유한 고위공무원은 해양수산부의 3급 부이사관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현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보좌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 가운데서 현재 세월호 특조위와 관련한 정부 입장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정부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의 행동 지침과 해양수산부-특조위 파견 공무원 간의 은밀한 협력 방안을 담은 해수부의 비밀 문건이 폭로돼, 해양수산부가 특조위 활동에 불법 개입하고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이헌 부위원장도 정부여당 추천으로 들어온 인사다. 그는 원래 뉴라이트 성향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해 온 극우성향의 인물이다. 제주 4·3항쟁을 공산폭동과 결부시키는 소송의 대리인을 맡거나 ‘선관위의 애국탄압과 이적비호 규탄 궐기대회’에 연사로 나서 선관위가 이적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미교포 신은미, 황선 씨의 통일콘서트에 사제폭탄을 던진 일베 오아무개 씨의 현지 변호사 수임을 위해 앞장선 것으로도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 이헌 부위원장은 다른 여당추천 인사들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업무적정성에 대한 조사가 결정되던 날 특조위원을 사퇴한 것과 달리 특조위에 남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닌 한, 업무 지시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즉, “(참사 당일) 구조구난 대응, 정부 대응에 청와대와 대통령이 포함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해양수산부 3급(부이사관) 공무원과 보수단체인 ‘태극의열단’ 오성탁 대표의 통화 내용을 보면 이헌 부위원장의 이같은 태도에 대한 해수부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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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공무원 임씨는 지난 9일 오성탁 대표와 수차례 통화하며 이 헌 부위원장을 “좌파 보다 더한 놈”이라고 비난했고, 이헌 부위원장을 ‘죽일 수 있는’ 정보를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마지막 통화에선 해수부 공무원이 왜 이헌 부위원장을 겨냥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성탁 대표가 ‘나는 이헌 부위원장이 우파인 줄 알았는데 (해수부 공무원이)좌파라고 그러니까(미디어오늘: ‘좌파 보다 더한 놈’이라는 표현을 가리킴) 내가 머리가 혼란스럽다’며 ‘그것 좀 설명 좀 해보라’고 하자, 해수부 임○○씨는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임 씨는 “대통령도 조사해야 된다는 게 그 사람(이헌) 일관된 신조”라며 ‘또 다른 이유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거에요. 그거.”라고 재차 확인하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 임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서 사실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뜸 이헌 부위원장에 대한 얘기를 풀어놨다.

“문 기자님도 기자생활 오래 하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세월호 특조위에 세 명의 싸이코가 있어요. 한 명이 누구냐면 이헌 부위원장이고. 이 양반은 ‘대통령 7시간을 조사하는게 국민의 뜻이다’. 그 다음에 ‘나는 ○○○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 사람이 아니다. 이 정부에서 혜택받은 게 없다’.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다녀요. 그래서 이건 도저히 정부여당인 이상은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이제 김○○ 실장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길 하니. 그거 하나하고. 또하나가 뭐냐면. 대통령 7시간 조사 관련해서 11월달 여당 위원들이, 이제 막 논란이 되면서, 사퇴하자고 했을 때, 본인은 사퇴를 안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걸 갖다가 저랑 김○○ 실장이 뭐 사퇴를 얘기했다고 해가지고 앙심을 품고 계속 지금 특조위 공무원들을 폭행하고 이렇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러거든요.”

임씨가 태극의열단 오성탁 대표와 통화하면서 이헌 부위원장을 비난한 내용은, 오 대표에 의해 이헌 부위원장 본인에게 먼저 전달됐다.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나오기 하루전인 지난 23일 오성탁 대표는 해수부 공무원 임씨와의 통화에서 ‘특조위 건물 1층 던킨도너츠에서 비서를 통해 이헌 부위원장에게 통화내용이 담긴 CD와 성명서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들의 통화 내역 일부를 공개한다.

다음은 해수부 임씨와 오성탁 대표의 1월9일 9시52분 통화 중 이헌 부위원장이 등장하는 부분.

오성탁 대표 : 이헌 부위원원장도 좌파에요?

임○○(해수부) : 걔는 좌파보다 더한 놈인데 뭐, 지금.

오성탁 대표 : 아, 이헌 부위원장이? (임○○: 아이, 얘는..) 좌파보다 더 나쁘구나. (임○○:그러니까.) 난 그것도 모르구 말이야. 지금까지. 난 몰랐어. 걔는 좌파인지, 우파인지.

임○○(해수부) : 그 사람한테 속으면 안돼. 이용당해, 총재님.

오성탁 대표 : 내가 그 때 가가지고 이헌 부위원장한테 그랬어. 당신 빨리 국민사과해라. 분명히 ‘한다’ 그랬거든, 그 분도. (임○○:아유) 아, 나 지금 회의중이거든. 잠깐 회의하다가 용변보러 나와가지고 화잘실에서 하는거니까. 위원장 직인을 갖다가 월요일날 오전에 (미디어오늘:사과문을 가리킴)받아줘. 그래가지고 사진 찍어가지고 좀 보내줘요.

임○○(해수부) : 오케이

다음은 해수부 임씨와 오성탁 대표의 1월9일 9시55분 통화 전문.

임○○(해수부) : 네, 총재님.

오성탁 대표 : 그 분 말이죠. 저.. 과장님 이헌 부위원장이 좌파면 그분 나하고 합 짜가지고 죽여버리자고 그거. 어떻게 생각해요?

임○○(해수부) : 그러니까 어떻게 좀 해줘봐요.

오성탁 대표 : 어떻게 해줘? 정보를 줘야 될 거 아냐, 나를. 그래야 내가 죽일거아냐. 내가 그분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고. 지금.

임○○(해수부) : 전화를 한번 해봐요.

오성탁 대표 : 전화해가지고?

임○○(해수부) : 그니까 이 ##(미디어오늘:녹음 잘 안들리는 부분).. 걔 좀 노련해가지고.

오성탁 대표 : 잘 안들려. 뭐라고요?

임○○(해수부) : 그 양반이, 노련해서 아.. 이게.. 잘 흔적을 안 남겨요.

오성탁 대표 : 그러니까 그걸 죽일라 그러면은, 나를 뭔가를 줘야지. 내가 그걸 갖고 흔들지. 아무것도 난 지금 정보가 없거든. 그양반에 대해서. 나는 그 때..

임○○(해수부) : 김○○있죠? 김○○비서관.

오성탁 대표 : 김○○. 응 김○○이.

임○○(해수부) : 김○○비서관 통화를 한번 해봐요.

오성탁 대표 : 안받어. 안받어. 그양반은. 내가 그양반하고 통화할라고 몇 번 했는데도. 내 전화는 안받어. 그양반이. 안받는대니까. 그러니까 그거 있지. 내가 죽여버릴테니까. 과장님이 정보 하나 줘. 그러면 내가 고거 가지고 올라가가지고 아주 그냥 ##해버릴테니까. 그러면은 정보를 하나 줘봐요.

임○○(해수부) : 그래, 그럼 월요일날 가서 고민한번 해서 ##. (오성탁: 그래 정보하나, 정말) 예.

오성탁 대표 : 근데 정보를 줄라고 그러면 완벽한 걸 줘야돼. 괜히 이상한걸 하지 말고, 빵에 보낼 걸 주라고. 빵에 보낼걸(임○○: 헤헤헤헤. 알았어, 알았어.) 빵에 보낼걸 줘. 그리고 월요일날 나오게 정보 주고. 월요일날 오전에 나 월요일서부터 전국 ##에 핵때문에 시민단체.. 나 과장님 명령대로 (임○○:예예) 과장님이 그랬잖아, 핵 관련해서. 나 그것 때문에 지금 하고 있으니까(임○○:그래요). 전국단위로 다녀야 되니까, 시간이 없어요.

임○○(해수부) : 그렇죠 그렇죠 그렇죠.

오성탁 대표 : 그니까 그거 정보 주고 (임○○:어). 그거(미디어오늘:사과문을 가리킴) 문자에 직인 하나... 딴 거 아냐. 내가 지금까지 일을 했는데. 내가 이제 거기 안가잖아요(미디어오늘:특조위에). 그럼 나중에 뭘로 근거를 남기냐고. 내가. 뭘로. (임○○: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임○○:어어) 그러니까 사진 찍어서 하나 보내고 (임○○:어어) 그리고 이헌 부위원장, 좌파하고 고거 죽일테니까, 정보를 하나 줘. (임○○:오케) 아주 골로 보내게. (임○○:예) 완전 골로 보낼테니까. 정보를 주세요 됐죠? (임○○:알았습니다. 예예) 오케이 들어가요.

다음은 해수부 임씨와 오성탁 대표의 1월9일 10시00분 통화 전문.

오성탁 대표 : 여보세요?

임○○(해수부) : 네.

오성탁 대표 : 자꾸 전화해서 미안해요. 아니 내가 지금 전화 끊고 생각해 보니까. 좀 내가 머리가 혼란스뤄워요. 왜냐하면 난 지금까지 이헌 부위원장이 우파인 줄 알았는데 좌파라고 그러니까. 그것 좀 설명 좀 한번 해봐요. 어떤게 좌파인건가. 한번 들어보게.

임○○(해수부) : 우리 홈페이지 들어오면 우리 그 회의록을 이렇게 그 공표를 해요.

오성탁 대표 : 회의록?

임○○(해수부) : 전원위 회의록을 갖다가 하는데. 어.. 그 양반은 아마 그 우리 특조위가, 특조위에서.

오성탁 대표 : 잘안들려요. 잘 안들려.

임○○(해수부) : 그 회의록을 보면 한번 들어가서 내일이랑 모레 계속 한번 찾아보세요. 회의록 죽 읽어보시면, 대통령도 조사해야 된다는 게 그 사람 일관된 신조에요.

오성탁 대표 : 아, 이헌 부위원장이?

임○○(해수부) : 에예. (오성탁:그다음에?) 그거에요. 그거.

오성탁 대표 : 아, 이헌 부위원장이 대통령을? 아 씨발. 안되는데 그거 알았어요. 알았어.

임○○(해수부) : 그니까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세요.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오성탁 대표 : 아 각하를 갖다가 왜.. 청문회를 끌어들인 본인이 이헌 부위원장이에요?

임○○(해수부)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늘 얘기하는 게 하여튼 뭐. 그 생각은 아마 그런 것 같애. ## 물어보니까 대답을 내가 하는데. 하여튼 대통령을 조사해야 된다는 게 그 사람 생각이에요.

오성탁 대표 : 대통령도 조사해야 된다? (임○○:네) 알았어요. 알았어.

임○○(해수부) : 그러니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오성탁 대표 : 내가 또 물어보면 또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냐. 그 사람하고 안면도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그날 처음 가가지고 하도.. 내가 무작정 들어간거 아냐. 당신 왜 대국민사과 안하냐고 그랬더니. ‘아니 뭐 어쩌구 저쩌구’해.. ‘아니 이양반아 대국민사과 해야 될 거 아니냐’ 내가 그러고 나왔다고. (임○○:헤헤헤헤헤) 몰라 내가, 그 양반. 내가 그날 처음 본거야.

임○○(해수부) : 왜 몰라.. 예 그래요. (오성탁:네 알았어요) 수고하시고.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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