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디 송유근 뿐이겠나. 과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어쩌면 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노벨상을 비롯한 각종 대회 수상실적과 송유근 같은 천재성이다.
애석하게도 과학계엔 송유근과 같은 천재들이 차고 넘친다. 허나 이는 과학계뿐만이 아니다. 예술계, 인문·사회계도 천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우린 ‘천재성’을 숭배(경배?)하는 그 어떤 마음 탓인지, 표절이나 허위·조작 의혹에 유독 관대하다. 아니, 그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은 모양이다. 황우석 때도 그랬고, 송유근도 마찬가지다. 건건이 의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이런 천재들의 거짓과 위선엔 일단 믿고 본다.
앞서 과학계에 송유근 같은 천재가 차고넘친다고 언급한 건 송유근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과학계 현장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다. 천재가 그럴 리 없다는 건 지나친 맹신이다.
뒤집어보면, 천재니까 욕심에 사로잡혀 ‘그렇게 할 수’ 있다. 천재니까 사람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천재니까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 가고 싶고, 천재니까 누구보다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이 천재들은 세상에 자신과 같은 천재가 '아주 많다'는 것을 애써 모른 척 하려 하는 듯하다.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천문우주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근 군이 지난 5월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
카이스트, 포스텍,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그간 나는 취재하면서 캠퍼스에서만 수없이 많은 천재들을 만났다. 전화상이었지만, 송유근씨의 소속학교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 출신도 물론 만났다. (그분은 교과서를 바꿔놓을 업적을 달성했다)
천재가 희소성 때문에 높이 평가받고 무한긍정적 신뢰를 얻는다면 한국과학계가 이 정도(?)에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과학계는 이미 세계 최고 천재들이 득실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럼 과학천재를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한 당사자에게 공개적으로 화이팅하라, 힘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다음에 또 하면 된다는 응원이 옳은 소리일까? 그건 당사자가 깊게 뉘우친 후 지인이나 가족이 격려차원에서나 할 얘기가 아닐까? 앞으로 과학분야 논문표절이 발각되면 '격려상'을 주자고나 하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제도적으론 구분을 둬선 안되겠지만, 보다 더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이들 신동들이 더 올바른 연구에 몰입할 수 있을 테니까.
끝으로, 동종의 전문가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일단 좀 믿어라. ‘선수들’은 척 보면 척이다. 왜? 느낌 아니까. 왜 비전문가들이 논문 검증도 전에 과학신동을 발목잡네, 땅에 묻으려 하네 같은 얘기로 본질을 흐트러뜨리나. 신동을 향한 짝사랑(환상)을 거두어야 진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