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노동조합의 문제와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다룬 KBC의 시사프로그램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불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조합이라는 예민한 이슈를 담았다는 이유로 경영진이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C광주방송의 시사고발프로그램인 ‘시사터치 따따부따’에서는 지난 24일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과제는’ 편이 방송되지 않았다. 이 방송은 지난 17일 방송됐던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편과 지난 23일 ‘대한민국 노동조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 편에 이어 한국의 노동조합이 담고 있는 문제점을 다룬 시리즈의 마지막편이다. 

지난 17일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편에서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이 겪은 노조 활동과정의 어려움을 옴니버스식으로 다뤘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는 ‘강성노조’ 등 노동조합에 덧씌워진 폭력적인 이미지의 진실을 담았다. 일부 언론이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성을 강조한 부정적 이미지를 재생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물리적 충돌이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10년 간 없었다는 점도 짚었다. 

   
▲ KBC광주방송 '시사터치 따따부따'의 지난 17일 방송(위)과 지난 23일 방송(아래) 갈무리.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송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 실제 노동 문제해결에서는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었다. 또한 노동조합이 나아갈 길과 현재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방송에 대해서 전날인 23일 갑자기 불방이 통보됐다. KBC노조 측이 요구해 24일 오후 열린 긴급 편성위원회를 통해 사측은 프로그램 내용에 균형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송 유보 조치를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명 편성제작국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불방이 아닌 방송유보다. 추후 협의를 통해 방송 편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동조합이 꼭 있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반대되는 시각의 입장이 전혀 반영돼있지 않아 다소 편향적이었다. 지금 꼭 방송될 내용도 아니어서 시의성이 적었고 지역방송으로서 갖춰야할 지역성도 부족했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 24일 방송뿐만아니라 지난 23일 방송에 대해서도 어떤 내용인지 사전에 보고받은 바가 없다. 아이템 검열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국장 입장에서도 어떤 내용으로 방송될지 사전에 알고 있어야 했다. 방송을 완전 폐기하겠다는 것도 아니며 이후 방송 내용을 검토한 후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방송 ‘유보’ 처분이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사터치 따따부따’의 김태관 PD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편향성이 있고 지역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 방송이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을 옹호하는 내용은 아니다. 사측이 지적한 편향성 문제는 불방된 부분에서 거론된 노동조합의 문제와 과제까지 보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사전 취재보고를 다 했고 편성제작국장도 이러한 내용으로 방송이 나갈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방송 전날 갑자기 문제가 있다며 방송을 막은 것은 경영진의 편성권 침해다. 실제로 제작국장이 해당 방송에 대해 사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태명 편성제작국장은 “사장과 통화를 한 것은 맞지만 해당 방송에 대해 협의가 좀 필요하지 않냐는 정도였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