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화문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로 농민 백남기 씨가 의식불명에 놓인 가운데,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가 취재기자들을 향해서도 의도적으로 조준발사됐다는 증언들이 계속되고 있다.   

KBS 취재진 2인의 경우 회사 로고가 박힌 노란색 우의를 착용하고 집회 참가자들과 20미터 가량 거리를 두고 있었음에도 경찰은 약 7~8초간 이들 카메라기자들에게 물대포를 직사했다. 

집회 현장 생중계를 위해 스탠딩 리포트를 하던 오마이뉴스 방송팀 기자의 경우 물대포를 피해 두차례나 자리를 옮겼음에도 물대포가 계속 리포트 기자를 향해 쫒아오기도 했다. 당시 3명의 카메라 기자와, 카메라 보조 기자, 리포팅 기자는 선명한 ‘PRESS’ 완장과 프레스 헬멧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저희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물대포를 맞은 뒤 방송이 1시간 30분 중단됐다”고 증언했다. 

   
▲ KBS 기자들을 향해 발사된 물대포. 사진=한겨레
 
   
▲ 생방송 도중 캡사이신 물대포를 직사당한 오마이뉴스 방송팀. 사진=외신 화면 캡쳐
 

특히 경찰의 물대포와 캡사이신이, 살수규정 위반 등 경찰의 불법행위를 촬영하는 영상과 사진기자들에게 집중됐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당일 21시 45분 시위대에게 캡사이신을 쏘는 경찰을 촬영하던 영상과 사진기자 등 취재진 15명에게 경찰이 캡사이신을 조준사격했다는 B언론사 등의 피해사례도 그 중 하나다.  

같은 시간 경찰이 기자들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행위도, 경찰이 취재를 막기 위해 물대포를 이용했다는 정황에 힘을 싣고 있다. G방송사와 또 다른 기자의 경우, 시위대의 연행 사유를 묻는 질문에 경찰이 방패로 밀며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고 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날 집회 현장 보도를 위해 취재를 나섰던 기자들 상당수는 물대포 직사로 인한 목과 허리 등의 통증과 캡사이신에 의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조 등 국내 14개 언론 종사자 단체는 18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증언들을 공개하며 △경찰 규정 위반 등 과잉 대응과 고의적인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한 사과 △경찰 지휘 체계 및 물대포에 부착된 카메라의 동영상 기록 공개와 취재 방해에 대한 조사와 처벌 △실질적인 취재방해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집회 현장에서는 집회참여 시민도, 언론사 취재진도 국민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규정까지 위반하며 과잉 진압에 나선 경찰 폭력에 한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집회에 참여한 다수의 시민이 부상당했다”며 “당일 집회 현장과 참여자들의 목소리, 정부의 대응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할 언론사 취재진들 또한 공권력으로부터 유례없는 수난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한다’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두부와 상체를 직접 겨냥함은 물론, 살수 기압도 지켜지지 않았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부상자와 구조자, 응급차에게도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가 날아들었다”면서 “경찰 대응을 두고 시민사회와 언론사 취재진들이 폭력진압, 살인진압이라는 분노에 찬 비판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들 언론단체들은 “경찰이 물대포로 카메라를 가로막고 권력이 언론에 개입하고, 언론사 간부들이 기사를 내보내지 않으려 하더라도, 우리는 언론인의 사명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저항하며 역사의 현장과 진실을 낱낱이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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