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중견기자들의 퇴사가 잦았던 헤럴드경제가 또 한 명의 중견기자 이직을 놓고 뒤숭숭해졌다. 헤럴드경제의 내부에선 ‘OO기 기자 일동’ 명의로 “포털에 걸리게 하는 것이 하루 목표” “헤럴드의 허리는 붕괴 직전”이라며 회사의 경영방식을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해당 기자들은 홍정욱 회장과 평기자들의 ‘정례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헤럴드경제 전체 기자들에게 회람된 ‘헤럴드 기자사관학교에 고한다’라는 성명을 통해 기자들은 “존경하던 선배들의 빈자리에 헤럴드경제 막내 기수는 길을 잃었다. 적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그들은 누구보다도 헤럴드경제를 더 좋은 언론사로 만들겠다는 책임감에 가득 차있었다”며 “그랬던 그들이 문제 해결 대신 퇴사라는 퇴로(退路)를 선택했을 때, 회사는 이를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치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지금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 하나 둘 선배들이 회사를 떠날 때, 남은 이들의 당당한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며 “모두들 여기보다는 나을 것을, 자신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뿌리치지 못할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들의 잦은 이직과 관련해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회장의 경영방식 때문”이라며 “(헤럴드경제가)앉은뱅이 기자를 만들고 있는 회사이고, 자극적이고 공분만 일으키는 기사를 써 포털에 걸리게 하는 것이 하루 목표인 회사이며, 매달 온라인기사 작성 개수로 1등부터 꼴찌까지 기자의 순위를 매기는 회사”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의 자존심이 효율성이라는 경영 논리에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고 말한 뒤 “기자들이 나가는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홍정욱 회장과)적어도 분기별로 한 번씩 정례적인 자리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기자들 사이에선 노동조합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반적인 경영 위기 속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완충장치’ 마저 없다보니, 기자 개개인이 선정적인 온라인 기사 작성을 비롯해 실적 위주의 경영방침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젊은 기자들이 가졌을 이상이 막상 현실과는 괴리가 있으니 자괴감이 드는 게 아니겠냐”며 “기자들이 전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언론사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문제라고 보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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