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가운데 기자를 존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후배 다루듯 편하게 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후자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반말을 툭툭 던지는 그의 화법은 정제되지 않은 언사로 주목을 끄는 방식인데요. 그러다 보니 기자와 불편을 겪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관련기사 : 기자들에게 반말 툭툭, 김무성의 언론 활용법>

- “너는 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앉아있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일 “너는 뭐 쓸 데 없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어”라고 기자를 구박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 매체의 기자가 김 대표의 비공식 수행비서를 지냈던 차아무개씨에 대해 물었고, 가만히 듣던 김 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겁니다. 차씨는 로비 명목으로 1억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김 대표의 구박이 무안했던지 해당 기자가 씁쓰레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채널A는 이 장면을 소개하면서 김 대표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박성원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여당 대표로서 좋은 태도가 아니”라며 “기자의 질문을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여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채널A ‘김승련의 뉴스10’가 4일 보도한 영상. ⓒ채널A
 

- “편향된 언론인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김 대표가 “좌파와의 역사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발언하던 2013년부터 네 차례 앰부시 인터뷰(Ambush, 인터뷰이 말을 듣기 위해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던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김 대표로부터 “편향된 언론”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기훈 기자가 김 대표를 따라붙으며 교과서 국정화 관련 질문을 했고, 김 대표는 “뉴스타파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 “편향된 언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면전에다 소속 매체가 편향됐다고 말한 것입니다. 

김 대표가 뉴스타파를 대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무례했던 것은 아닙니다. 뉴스타파 기자가 2013년 9월 “(역사를) 이념 논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대표는 “올바른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 뒤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꾸만 반대 쪽 이야기하는 것 가지고 자꾸만 나한테 이야기하면 내가 뭐라 하겠노.”

2년 전에는 뉴스타파의 불편한 질문에 대답도 잘했던 김 대표였습니다. 김 대표가 자신에게 불편하고 불리한 질문을 하는 기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겠죠.

   
▲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김 대표로부터 “편향된 언론”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기훈 기자가 김 대표를 따라붙으며 교과서 국정화 관련한 질문을 했고, 김 대표는 “뉴스타파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 “편향된 언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타파)
 

- “기사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들겨 맞는다”

지난 2013년 8월 29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이후 김무성 대표와 기자들 간의 대화에서 나온 말입니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입수한 녹취록 등을 가지고 단독 보도하기도 했었는데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유민봉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기자들한테 ‘야 이놈들아’ 이게 통한다는 게 저는 너무 이상하다”라고 말하자 김무성 대표는 “다 아들 딸들인데”라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돌아가며 “니는 어디 소속이고?”라고 묻기도 했고요. 

김 대표는 “기사 잘 써야 돼. 기사 엉터리로 쓰면 나한테 두들겨 맞는다”면서 한 인터넷매체 기자에게 “너 잘해. 너 김○○이 가까이 하지만 그 ○○ 나쁜 놈이야. 기자 생명이 없는 거야. 김○○한테 나와 관련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놈은 인간쓰레기야”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 대표가 여성 기자들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 [단독] 김무성, 새누리 연찬회에서 여기자 신체접촉 등 추태>

   
▲ ‘마약 사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미디어오늘은 김 대표의 사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당신하고 인터뷰하러 온 게 아니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미디어몽구)
 

- “얘 좀 내보내”

다음 사례는 미디어오늘이 질문한 것인데요. ‘마약 사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미디어오늘은 김 대표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을 찾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추석을 앞두고 민생탐방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묻고 또 물었지만, 김 대표는 “당신하고 인터뷰하러 온 게 아니야”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뿐입니다. 몇 차례 더 다가가 마약사위와 관련한 질문을 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주변을 향해 “얘(기자) 좀 내보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 대표에게 듣고 싶었던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김 대표가 모든 기자들에게 이와 같이 대응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의를 갖추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중요한 점은 기자는 불편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겁니다. 불편한 기자를 대하는 김 대표의 태도가 바뀔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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