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년 중임제 개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4일 SBS가 신라호텔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에 참석해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이런 점이) 앞으로 같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좋은 정부의 조건’에 관한 보고회에 참석한 뒤 강평을 부탁받자, 무대에 올라가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 자체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권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 제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노무현 정부 이후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은 평소의 생각을 특별한 정치적인 복선 없이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최근 몇 년 동안의 박근혜 정부와 수구세력이 걸어온 ‘굵직한 정치적 궤적’에 비춰볼 때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 지난 8월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 포커스뉴스
 

우선, 최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핵심 측근 중의 한 사람으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다. 그는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게다가 그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01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중의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장기적인 정국구상, 즉 퇴임 이후의 ‘안전보장’ 뿐만아니라,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내지 영구집권과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교감을 거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개헌 등 중장기적인 정국 구상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교과서 국정화 작업 등을 통해 수구보수세력을 결집하여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여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면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안에 개헌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 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 4개 허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 대한 통제와 장악,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사의 완벽한 장악,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와 억압 강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언에 대한 제3자의 고발에 의한 삭제,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요건 강화에서 최근의 역사전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행보들이 ‘원대한 목표’하에 정교하게 진행돼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1955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부총리는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 경제관료 생활을 시작하여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실 보좌관 등을 거쳐, 고향인 경산시‧청도군에서 17대 총선 부터 내리 세 번 당선된 3선의원이다. 게다가, 최 부총리는 내선 4월 총선에서 다시 출마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만에 하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이뤄지면, 올해 60살인 최 부총리는 TK 세력을 등에 업고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을 노릴 만하다. 따라서 4일 최 부총리의 발언은 그의 개인적인 ‘정치야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월25일부터 이틀동안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내년에는 잠재성장을 3%대 중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총선 일정 등 당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고발당한 바 있다. 당시 ‘총선 필승’ 건배사를 외친 것으로 알려진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도 고발됐으나, 선관위는 정 장관에게만 ‘주의’라는 경고조치를 내렸고, 최 부총리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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