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19일 지면 상에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이 실린 광고를 실었다. 국정교과서에 대해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 하는 정부’라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던 기사와는 배치되는 내용의 광고를 실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19일 1면에는 교육부의 광고가 실렸다. 해당 광고에는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큰 글귀가 적혀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균형감을 키울 수 있는 역사교과서,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에 충실하게 만들겠습니다‘는 문구도 포함돼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이 실린 의견광고를 실은 것에 대해 한겨레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최성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겨레는 기사를 통해 국정교과서 문제는 단순히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 이상으로 반민주적·반헌법적 폭거로 보고 있다. 광고라고 할지라도 정부 입장을 정당화하는 교육부의 광고를 싣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의 한 기자 역시 “단순히 논조의 문제를 넘어서서 교과서 국정제 전환이 당장 우리 살갗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부 광고 집행에 있어서 편집국 차원의)논의와 의견수렴마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경향신문은 교육부 광고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광고 역시 지면의 일부이고 국정교과서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했던 입장에서 (교육부의 입장을 담은)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편집국의 의견을 광고국에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교육부 광고는 19일 현재까지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전국 단위 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등 경제지를 포함해 총 22개 신문에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와 보수, 경제지와 종합지 등을 가리지 않고 교육부의 광고가 집행됐고 전체 광고예산은 5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언론사 당 약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의 광고비가 집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의 교육부 광고는 지난 16일 집행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기자들의 반발로 한 차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특정 입장의 의견이 게재되는 의견광고의 경우 광고국과 편집국 간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6일 광고가 게재되는 것에 대해 한겨레 내부에서 당시 현장 기자들의 반발과 노조 차원의 요구가 있었고, 이후 한 차례 광고 게재가 연기됐다”고 말했다. 

   
▲ 19일자 한겨레 1면 갈무리.

한겨레가 지면기사와 광고 간 논조에서 엇박을 보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인권이나 국가 주권 등의 가치를 기사에 담아온 한겨레가 정작 광고면에는 동성애 혐오 광고를 싣거나 한미 FTA 관련 정부 의견광고를 싣기도 했었다. 

한겨레는 지난해 12월 ‘동성애를 조장하는 광주인권헌장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담긴 전면광고를 실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광고는 광주기독교단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들이 모여 요청한 것으로, 광주인권헌장이 동성애 문화를 조장하고 이단과 사이비가 창궐하는데 악용된다는 주장을 담았다. 

지난 2007년에는 한겨레가 FTA 정부 광고를 광고주와 사전 협의 없이 실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큰 기회’라는 FTA 홍보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광고주인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와 합의없이 갑자기 게재하는 일도 발생하기도 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는 신문의 얼굴이며 신문사의 책임 하에 실리는 것이다. 이번 국정교과서처럼 첨예하게 대립을 하고 있으며 상식적으로 정부의 무리수가 보이는 사안에서 광고지면을 빌려준 것은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 광고국 관계자는 “한겨레의 원칙은 기사와 광고는 별도로 본다는 것이다. 이번 광고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실린 것이며 내부의 논의를 거쳐 싣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도 굳이 집행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기사는 기사대로 확실한 논조를 보여주면 된다.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한다고 관련된 모든 광고를 다 거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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