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지역 민영방송인 KBC(광주방송)이 잇달아 저녁뉴스를 통해 광주광역시 비판 보도를 쏟아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KBC가 최근 48층에 이르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한 과정에서 광주시청과의 마찰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반박성 기사를 쏟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C는 지난달 25일부터 거의 매일 저녁 메인뉴스 ‘KBC 8뉴스’를 통해 광주시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건축심의위원회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룬다. 

지난달 30일부터 KBC가 쏟아낸 건축분야의 부실 행정을 지적한 기사는 10일까지 총 10건에 이른다. 주 비판 대상은 광주시 건축심의위원회다. KBC는 광주광역시 건축심의위원회가 △ 지나친 규제 △ 심의위 구성의 폐쇄적 운영 △ 막말, 기부채납 강요 등 부적절 운영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KBC의 보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건축심의위원회는 모두 34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심의위원 34명 중 26명이 공모를 통해 위촉되는 인원인데, 이렇게 뽑힌 인물들 중 특정 대학의 같은과 교수가 4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또한 KBC는 건축심의위가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전원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부 심의위원이 끝까지 자기 뜻을 고집하면 안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외에도 광주시청이 40층 이상의 고층 건물 건축을 아무 이유 없이 승인하지 않는다는 점과 수십억원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건축사에 강요하고 있다는 점도 보도했다. 이러한 무리한 행정절차가 광주시 스스로 투자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 6일 KBC 8시 뉴스 보도 갈무리.

다음은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광주시의 건축 행정에 대해 KBC가 쏟아낸 비판기사 목록이다. 

9월30일 ‘준공허가 부실하게 내주고 책임은 건물주에게 전가’
10월1일 ‘‘법위에 군림’ 광주시 건축위원회‘
10월2일 ‘기부채납 요구 심각...정부 권고도 무시’
10월3일 ‘막말에 트집잡기, 건축심의위 ‘갑질’‘
10월4일 ‘무자격 업체에 건설승인 반려, 뒷북행정 비난’
10월5일 ‘건축심의위 엉터리 운영에 해명도 거짓말’
10월6일 ‘40층 넘는 고층건물 광주는 왜 안돼?’
10월7일 ‘건축심의위원회 구성 편중...불투명한 선정 과정’
10월8일 ‘광주시 건축심의위 구성 운영 개선...투명성이 관건’|
10월10일 ‘사업하기 좋은 광주, 글쎄?’

KBC가 특히 건축심의위원회를 ‘타깃’으로 잡은 이유가 KBC 자신이 건축심의위원회에서 건축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복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로 KBC가 내놓은 일련의 보도는 KBC가 지으려던 48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 승인 과정과 연관성이 있다. 

KBC는 지난 7월16일, 48층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 대해 건축 승인 신청서를 광주시에 제출한 바 있다. 광주 서구 광천동에 지어질 이 건물에는 방송국과 유통시설, 아파트 2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시는 이 건물이 들어설 지역에 교통량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물이 들어설 지역은 광주종합버스터미널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밀집한 곳이라 평소에도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이 때문에 시는 해당 건물이 들어설 경우 도시계획도로 개설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BC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재검토를 이유로 취하한 뒤 8월26일에 다시 건축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심의는 9월22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광주시 교통 관련 부서에서 교통용량에 대해 심의 재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당일 22일에 제출하면서 연기됐다. 이후 심의 일정이나 보완 요구 등은 나오지 않아 심의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KBC가 지으려는 건물이 40층 이상의 초고층이라는 점도 심의 과정 중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관련된 내용 역시 KBC의 보도에서 언급됐다. 

광주시청의 한 관계자는 “심의가 미뤄진 직후부터 KBC의 시 의정 비판 기사가 이례적으로 많아졌다. 다른 시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시의 특정한 분야 행정을 두고 이렇게 비판기사를 쏟아내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전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4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 이전까지는 4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건축 승인 신청 건이 없어서 건축 승인이 없었던 것 뿐이며 , KBC가 지으려던 건물 이외에 현재 두 건이 서류 보완 처리됐다. 40층 이상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추석연휴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심의 연기 이후인 30일부터 단 하루를 제외하고 날마다 KBC가 비판보도를 쏟아낸 셈이다. 

KBC의 모기업이 호반건설이라는 점도 건축과 관련한 일련의 보도에 의구심을 자아낸다. 호반건설은 아파트 건설업체다.  KBC는 건축심의위 관련 기사 이외에도 건축 규제가 많아 광주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기사도 내고 있다. 지난 4일 ‘무자격 업체에 건설승인 ’반려‘, 뒷북행정 비난’ 기사를 통해서는 “광주시가 자격도 없는 건설사의 아파트 사업을 승인해준 것도 모자라 사업 기간까지 연장해주면서 말썽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10일 방송에서는 “광주시의 건축 관련 규제가 심해 사업하려는 건설업체와 재개발 조합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10일 KBC 8시 뉴스 보도 갈무리.

KBC 측은 의도적인 보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안승순 KBC 취재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당사자가 돼서 겪다보니 건축심의위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됐고, 이후 취재 과정에서 여러 제보를 받으며 심층취재에 나선 것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KBC의 건축심의위원회 구성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광주시는 인력풀제를 구성해 여러 인물이 돌아가며 심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부장은 이어 “(KBC가 지으려 했던 고층 건물에 대해) 심의위가 당일(9월22일)에 갑자기 심의 연기를 했다. 교통영향평가도 이미 받았는데 심의 당일 갑자기 도로 문제를 걸고 나오면서 심의를 연기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호반건설과의 연계성 짙은 보도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에 지으려 했던 건물은 호반건설이 아닌 KBC의 자체 유보금인 600억으로 지으려 했다. 호반건설은 이미 흑자만 3000억원 규모를 달성하고 있어 굳이 여기에서 투자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 민방이 경영 상황이 어렵다. 방송사 자체 자본으로 건물을 지어 임대수익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방송 제작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의도였으며, 지난달 말 짓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시청에 통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건축 승인 신청을 포기하겠다는 KBC 측의 공식 통보는 12일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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