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고영주 수사

지난 18대 대선 직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가 고소된 고영주(66)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지난 7일 “고영주 이사장 고소 사건을 인권·명예보호 전담부인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에 배당했다”며 “조만간 고소 대리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16일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소했다. 아울러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법원에 제기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고 소개하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에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였다”면서 “그러므로 나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문재인 대표는 당시 부림사건을 변론하지 않았으며, 부림사건은 지난해 9월 대법원이 공안사건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지난 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눈을 감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법무부 장관 “고영주 발언 철저 조사할 것”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서 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하면 (문 대표를) 처벌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면 고 이사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철저히 투명하게 조사하도록 지휘감독하겠다”고 답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고 이사장) 인사과정을 보면 거의 대통령 관할 아래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실 대통령이 임명권자”라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고 이사장은) 국민적 상식으로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하고 계신 분”이라며 “1차적으로 자진사퇴, 2차적으로 임명권자인 방송통신위원장 해촉, 최종적으로 배후에 있는 박 대통령의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다음 주 초쯤 고 이사장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세계일보 9일자 6면
 

세계일보는 “새누리당은 고 이사장 발언 파문에 공식 석상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노동운동·농민운동 경력이 있는 당 소속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까지 ‘전향한 공산주의자’라고 한 고 이사장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며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도 고 이사장에 부정적 의견을 보인 만큼 새누리당이 고 이사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방문진은 공영방송인 MBC의 대주주다. MBC 사장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뉴스 보도, 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중요한 기구의 수장이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매번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고 이사장의 이번 발언이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 소신을 표출했다는 점은 더욱 우려된다”며 “고 이사장은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는 이미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줘, 야당의 사퇴 요구가 아니더라도 하루빨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서울신문 9일자 사설
 

서울변호사회, 고영주 변호사법 위반 징계 착수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고 이사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서울변호사회는 오는 13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고 이사장을 조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위원이었다. 당시 고 이사장은 조정위원으로서 김포대 임시이사 선임 안건을 다뤘다. 

사분위 위원 임기 후 고 이사장은 지난해 5월부터 김포대 설립자 측 이사인 정모 씨를 대리해 이사 선임처분 취소 소송의 대리인으로 대법원 사건에 나섰다. 앞서 1·2심에는 고 이사장이 근무한 대형 법무법인인 케이씨엘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았다. 

동아일보는 “이 과정에서 변호사법에 규정된 수임제한 문제가 불거졌다”며 “이 조항은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동아일보 9일자 12면
 

이 같은 변호사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고 이사장은 지난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재직 중에 김포대 정상화 문제가 다뤄진 적이 없고, 설사 그때 정상화 문제가 다뤄졌다 해도 내 임기가 끝난 후에 정이사가 선임됐다”며 “내가 맡은 소송은 정이사 선임과 관련한 것이어서, 내가 만약 정이사 선임에 관여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지만, 임시이사 선임은 당사자가 전혀 다르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우석 KBS 이사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물의 

한편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이어 공영방송인 KBS의 조우석 이사도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우석 KBS 이사(59)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저 또한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문재인이라고 어느 당을 대표하는 친구가 공산주의자라는 말에 발칵 화를 내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왜 공산주의자인지 모를 것”이라며 “내가 볼 때 얘기한 분(고영주)이 정확한 지적을 한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9일자 5면
 

이날 조 이사는 또 “좌파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다.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라며 “동성애와 좌파 연대의 결정적 증거는 노무현이다. 2007년 노무현이 국가인권위를 통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는데, 이거야말로 노무현이 우리 사회에 끼친 악영향 중 가장 큰 거”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이사는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고 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의인”이라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조 이사는 지난 5일 자신이 객원논설위원을 지낸 보수매체 미디어펜에 ‘누가 고영주를 악마화하는가’라는 칼럼에서 “그(고영주)는 비난의 독화살을 맞아야 할 분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의인이 맞다”며 “무너지는 대한민국 이념의 방파제를 온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