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가져오셨죠?

제가 뽑은 오늘의 사설 키워드는 ‘TPP 가입’입니다.

Q. 뜨거운 소식이죠. 어제 저녁부터 타결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일단 TPP가 무엇인지 말씀드려야 하겠네요. TPP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을 뜻합니다. FTA의 다국화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창설 초기에는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았죠. 일본을 포함해,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이 동참했지만 한국은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고요.

Q. 사설들은 어떻게 전하고 있나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만 전하고 있습니다. 입장이 갈리는데요. 조선일보는 성장률을 위해 가급적이면 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기왕 늦은 거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입니다.

Q.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두 신문마저 견해가 갈리는 군요.

네. 진보 언론의 사설이 다루지 않아 아쉽네요. 중앙일보는요.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경우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국영기업 우대 금지, 어업용 면세유 제공 금지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항들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합니다. 해석을 덧붙이면요. 한국의 경우 산업은행을 통해서 관리되는 기업들이 많은데 TPP 에 가입하면 이러한 지원도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 중앙일보 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또 “이왕 늦은 것 TPP 가입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한국은 TPP 회원국의 대부분과 FTA를 체결한 상황이라 TPP에 가입해서 얻는 실익이 확실치 않다”고도 했는데요. 시기와 조건을 면밀히 따져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참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중앙일보는 산업의 개방이냐 규제냐에서 개방을 지지해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TPP에 대해 국내 재계의 입장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재계가 TPP에 대해 미온적인 편입니다. 자동차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본에 시장을 여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있습니다. 향후 중앙일보의 논조가 어떻게 바뀔 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겠죠.

Q. 조선일보는 어떤가요?

조선일보는 급합니다. “우리가 빨리 주도해 선제적으로 나서자”는 입장입니다. “TPP에 참여한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의 40%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경제 규모가 유럽연합(EU)의 1.5배에 달하는 지구촌 최대의 경제 공동체가 탄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조선일보 6일자 사설.
 

TPP가 한국 경제가 앞으로 저성장(低成長)에 더 이상 빠지지 않으려면 국내 시장 개방은 필연적이라면서요. 우리가 먼저 TPP 내용에 맞춰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해야 하고,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 관세와 통관 규정 등을 선진국 수준에 맞춰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Q. 그렇군요. 오늘은 어떤 칼럼을 가져왔습니까.

동아일보 칼럼입니다. 임유진 엑스플렉스 편집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제목은 ‘레이먼드 카버와 나’ 입니다. 엑스플렉스는 출판과 관련한 문화 공간이라고 합니다.

Q. 레이먼드 카버?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요.

미국의 유명 단편소설가입니다. 그가 단편소설을 쓰게 된 사연이 재미있는데요. 글을 쓰고 싶었던 카버의 삶은 그렇게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 학교도 제때 가지 못했고요. 아내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동안 자신은 아이들을 돌보며 허드렛일을 해야 했습니다. 시시한 직업을 전전했고요. 한마디로 돈은 없고, 애는 울고, 그런데도 글은 써야겠고. 일을 마치고 나서야 글을 쓸 수밖에 없으니 단편 밖에 못 썼던 겁니다. 또 단편은 당장 팔 수 있으니까요. 장편은 고려도 하지 않았던 거고요. 결국 그는 단편소설의 대가가 됐습니다.

   
▲ 미국 단편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년 5월 25일-1988년 8월 2일) ⓒflickr
 

Q. 열심히 하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건가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임유진 편집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카버가 처한 조건 속에서 ‘선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난과 궁핍에 내몰려 일을 해야 하는데, 그는 낮 근무가 끝난 후 소설을 썼고요. 그것도 시간이 없어 짧게 썼고요. 당시 상황에서는 유일한 ‘선택’이었죠.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그 조건에서 어쨌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것이죠.

   
▲ 동아일보 6일자 오피니언. 레이먼드 카버와 나.
 

Q. 주어진 상황을 인지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다른 맥락으로도 해석을 해봤는데요. 행동이 미래를 만든다는 겁니다. 현실의 문제, 부조리에 대한 불평 불만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요. 문제의 근원을 찾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불평과 불만보다는 실천과 행동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사설 톺아보기는 매일 오전 6시 방송되는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에서 조간 사설과 칼럼을 해설, 분석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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