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역을 맡았던 임시완씨가 고용노동부 모델로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개혁’ 홍보에 나섰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1970년대 산업역군으로 등장한 주인공 덕수역을 맡았던 황정민씨와 함께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2014년 12월 박근혜정부는 △35세 이상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55세 이상 파견 허용업종 전면 확대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 개편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장그래법’이라고 홍보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노동시장개혁이나 비정규직종합대책 등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는 떨어뜨리는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고, 이에 ‘장그래’를 이용한 정부광고가 등장했다. 

   
▲ 2015년 3월20일자 조선일보 1면 광고.
 

미디어오늘은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실로부터 고용노동부와 턴키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 인포마스터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2015년 노동시장 구조개선 광고 홍보 세부내역’을 받았다. 해당 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19일부터 23일까지 ‘국제시장-미생편’ 광고는 25개 신문사에 총 4억4500여만 원이 집행됐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단가는 4070만원이었다. 한겨레‧경향신문‧매일경제‧한국일보의 광고단가는 2645만원이었다. 

3월26일부터 31일까지 송출된 방송광고의 경우 지상파3사는 2억2000만원, 보도채널은 2000만원, 종합편성채널은 각각 1500만원 씩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시장-미생편’ 방송광고로 총 10개 방송사에 7억7500만원이 집행됐다. 

출연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포마스터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5월 정산보고서’ 증빙서류에 따르면 황정민씨 출연료는 8000만원, 임시완씨 출연료는 5000만원으로 나와 있다. 실제 인포마스터가 집행 한 것으로 나오는 출연료는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부가세 제외)이다. 드라마 ‘미생’의 저작권 사용에는 1000만원, ‘국제시장’ 저작권 사용에는 400만원이 집행됐다. 모두 2015년 고용노동부 종합기획 홍보의 일환으로 쓰인 국민 세금이다. 

   
▲ 홍보대행사 인포마스터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5월달 정산보고서의 일부. 황정민씨의 광고출연료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있다. 지난 8월11일부터 13일까지 등장한 ‘노동개혁 우리 딸 편, 우리 아들 편’ 광고의 경우 22곳의 신문사에 총 4억3500여만 원이 집행됐다. 광고단가는 앞서 ‘국제시장-미생편’과 거의 동일하다. 방송광고의 경우 KBS가 8월19일부터 31일까지 송출하고 7억19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같은 기간 SBS는 5억 원, JTBC는 2억 원, MBC는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해당 광고에 들어간 돈은 모두 14억이다.

   
 
 

이밖에도 8월5일부터 18일까지 ‘노동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로 나간 TV광고로 종편 등 5개 언론사에 5000여만 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홍보대행사 현황에 따르면 인포마스터는 2015년 고용노동부와 맺은 여섯 곳의 홍보대행사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올해 노동정책을 홍보한 신문‧방송 광고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한정애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언론사별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광고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신문‧방송이 노동정책을 제대로 보도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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