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정교과서, ‘강성노조’ 발언 등 강경보수층의 호응을 얻을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18 기념식 때 광주를 찾아가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을 방문하던 예전의 중도 행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의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따뜻한 보수’ ‘개혁보수’를 강조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과 달리, 김무성 대표의 연설은 강경보수를 대변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연설 내내 ‘개혁’을 강조했지만 개혁을 설명하는 언어는 강경보수의 것이었다. 그는 노동개혁을 언급하며 노조를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족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90%의 아픔과 슬픔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가 많이 포함된 민주노총의 경우 노사정위 참여도 거부하고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나아가 “정치인들이 명분도 실익도 없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 현장에 달려가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들의 행동은 많은 국민과 청년세대 그리고 노동자의 90%를 외면하면서 파괴적인 귀족 강성 노조의 목소리에만 영합하는 것”이라며 야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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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연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에 대한 반감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대표는 “여러 우리나라 대기업,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각종 노조 전부 다 강성 기득노조다. 민노총이 다 처리하고 있다”며 “그들이 매년 불법파업을 일삼았다.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그 공권력을 쇠파이프로 두드려 패고 우리 전경들의 눈을 찔러서 눈을 실명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과한 표현이 논란이 될 것이라 여겼는지 김 대표는 이후 다시 기자들에게 와 “쇠파이프로 때려 눈을 실명하게 한 것은 파업 현장인지 평택 미군 부대 이전 반대 현장인지 불확실하다. 그건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보실도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해당 발언은 “삭제‧정정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4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보수세력의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대학평가와 정원 감축, 학과 구조조정 등이지만 김 대표가 언급한 교육개혁의 내용은 조금 달랐다.

김 대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감 직선제의 개선이 필요한 만큼 국회 내에 특위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교육감 선출제도의 틀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보수진영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김 대표는 또한 ‘국정교과서 도입’을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국정교과서 도입 주장은 교학사 교과서 등 우편향 교과서가 학교에서 채택되지 않으면서 등장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결코 우파적 사상을 가지고서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립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이후 김 대표가 강경보수 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여러 대목에서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인식을 보여 참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국정교과서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발상으로 되돌아가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김무성 대표는 개혁적 보수가 되겠다고 천명했지만, 오늘 연설에서 진짜 개혁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그런 건 보수가 아니다. 건전보수마저 욕 먹이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의 우향우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특파원 만찬 자리에서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록히드마틴사 관계자에게는 “F-22 전투기를 얼마든지 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마저 미중간의 균형 외교를 중시하는 마당에 여당 대표가 미국 편향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김 대표는 방미 중 동포간담회에서 “진보 좌파의 준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새누리당이 진보좌파가 준동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의 이러한 우향우는 지난 5월에 보여줬던 행보와 차이가 있다. 지난 5월 18일 김 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전야제에서 물세례를 받으며 쫓겨났지만 김 대표는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도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추도사를 통해 김 대표를 비판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김 대표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을 많이 비판했지만 과는 그만 따지고 공을 높이 평가해 국민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월 26일 오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박 대통령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행보의 변화 사이에 유승민 사태가 있었다. 국회 연설에서 ‘개혁보수’를 주창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의해 사실상 찍어내기 당했고, 지난 7월 8일 스스로 물러났다. 유승민 의원은 물러나면서도 ‘헌법1조’를 언급하며 청와대를 비판했고,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유승민 사태는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 교훈을 남겼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처럼 정부와 각을 세우며 ‘자기 정치’를 하다가 물러나선 안 된다는 것. 김무성 대표의 연설문은 강경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을 이뤄야 된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 대표는 “4대 개혁의 성공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넘어 19대 국회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국회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며, 노동개혁을 위해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것도 정부의 주장이다.

이는 ‘개혁보수’를 강조하며 정부와 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과 대비된다. 유 의원은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역대 정권마다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일”을 비판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의 연설을 두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과 너무나 대조되는 정반대의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사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대에 도달할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라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대권주자 입지를 굳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박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지면 정부와 발을 맞추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김무성 대표의 우향우 행보는 유승민 사태 이후 우려됐던 당청관계 수직화가 드러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망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17일 쓴 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잡음은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당청관계가 부를 만한 것이 없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최근 모습은 심각하다”며 “김무성 개인의 대권행보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과 별개로, 청와대의 무능한 일방독주와 지리멸렬한 거대여당의 앙상블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제일 큰 문제다. 유승민 사퇴 시 떠돌았던 ‘순망치한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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