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19대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동계를 맹비난하며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담화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노동개혁의 걸림돌로 지목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한발 나아가 "정규직 강성노조", "노동개악 억지 주장", "파괴적인 귀족 강성 노조" 라는 말을 써가며 노동계를 자극하고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전체의 인력과 조직을 재편성하는 매우 험난한 작업이며, 다른 모든 개혁의 기초가 된다. 그런 만큼 노동개혁의 성공 없이 다른 개혁의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노동개혁의 목표는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며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가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장년세대와 청년세대, 고학력과 저학력, 남성과 여성 간의 격차가 심하고 일부에서는 위험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전체 10%에 불과한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90%의 아픔과 슬픔은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가 많이 포함된 민주노총의 경우 노사정위 참여도 거부하고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가입율(10.3%)을 근거로 해서 10%의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90%의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어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유지한 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 창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노동시장의 안정성 높이기라는 목표를 갖고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재계에서 주장하는 노동걔혁의 방향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교섭단체 첫머리에서도 젊은세대의 참전 인증샷 현상을 거론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2030세대의 모습에서 저는 '우리 청년들이 결코 절망과 좌절에 얽매여 있는 무기력한 세대가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껏 띄운 뒤 "청년세대들의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게 만든 최대 원인은 바로 일자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한 "야당에서는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이라고 호도하고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억지 주장"이라며 "그들의 행동은 많은 국민과 청년세대 그리고 노동자의 90%를 외면하면서 파괴적인 귀족 강성 노조의 목소리에만 영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연설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노동조합이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더라면 우리 나라는 3만 달러가 됐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노조 가입자 수는 1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 귀족 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지 않았느냐"라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김 대표의 연설은 당장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노동개혁의 적으로 내세운 것도 모자라 집권여당 대표의 입에서 교섭단체 연설 직후 불법폭력 세력이라고 비난성 발언이 나온 것은 계산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대표의 연설은 철학도 논리도 없는 선동성 발언에 불과하며 노동조합이 파업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악마화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남 실장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 최소한의 임금 인상을 위해 헌법에 나온 파업의 권리를 패악이라고 하면서 헌법에 나와있는 기본적인 권리 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야만적인 재벌 자본을 편드는 자본"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현재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만 넘어서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귀족 강성 노조" 등의 거친 표현을 쓴 것도 계산된 발언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특히 노조가입률 10%를 들어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노조가 90%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사실을 호도하면서까지 노동조합을 비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10%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90% 노동자 수준으로 전체 노동자 조건으로 개악하고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 실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취업규칙 변경,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은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가 집중적으로 희생자가 나올 건데 이런 주장은 어떻게 반박하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은 8. 25 합의 이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은 박근혜 정부의 제1과제를 발을 벗고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면서 3년차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근헤 정부의 '돌격대'가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시에 김 대표가 잠정적인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이번 연설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철저히 따르는 모양새가 됐지만 국민통합 측면의 메시지로는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