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민(38·중랑구 망우본동)씨 딸은 이달 말 동부교육청 영재교육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초2였던 지난해 수학과학 통합영재에 선발됐다. 고씨는 “7세 때부터 아담리즈수학에서 놀이수학을 배우면서 수학 개념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힌 게 아이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담리즈수학은 교육출판기업 미래엔의 자회사 미래엔에듀케어에서 운영하는 수학교실이다.“

   
▲ 중앙일보 3월 18일자 기사.
 

지난 3월 18일 중앙일보의 <10세 이하 아이 ‘놀면서 배워야’ 수학 영재로 커요>라는 기사에서는 특정 회사의 교육프로그램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생각을 가진 학부모라면 눈길이 갈 수 있는 기사다. 기사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문의 가능한 연락처와 홈페이지 주소도 적혀있다. 기자의 바이라인도 달려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기자가 직접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기사가 아닌 ‘기사형 광고’다. 

최근 기사형광고와 네이티브 광고 등 기사 콘텐츠 형태의 광고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특히 교육 분야 기사형 광고의 경우 특정 사교육기관의 교육을 받도록 부추기거나 검증되지 않은 교육 효과를 소개하는 기사가 많아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7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의 교육섹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 업체의 교육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언론사들이 홍보대행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게재된 4개 언론사 교육섹션의 기사형 광고 228건 중 사교육 업체 프로그램을 소개한 경우가 145건(63.6%)로 가장 많았다. 해당 언론사 소속의 교육법인 프로그램을 내용으로 다룬 경우는 45건이었다. 

   
▲ 동아일보 3월 24일자 기사.
 

지난 3월 24일 동아일보 교육섹션인 ‘신나는 공부’의 <원어민 밀착 수업 듣고 영어 자신감 키운다> 기사에서는 초·중학생 대상의 필리핀 스파르타 영어캠프를 소개한다. 필리핀 세부의 고급 리조트에서 스파르타식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아이지에듀가 주최하는 영어캠프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한 달 간 스파르타 영어캠프에 참가하면 자녀의 영어 실력을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런 기사형광고는 독자가 진짜 정보와 홍보 내용을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진흥법) 제6조3항에 따르면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해야 한다. 

교육섹션 내 기사형 광고들은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바이라인이 덧붙여져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분석에 따르면 1년 간의 기사형 광고 228건 중 내부 기자가 작성한 경우가 200건(87.7%)으로 가장 많았다. 

기사형 광고에 대한 규제는 쉽지 않다. 기사형 광고 금지 조항은 있지만 처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신문법이 신문진흥법으로 개정되면서 기사형 광고에 과태료를 물게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폐지됐다. 

지난해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기사형 광고에 대해 신문 또는 인터넷 신문의 편집인 또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의 기사 배열 책임자에게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을 담은 신문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도리어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신문진흥법 이후 기사형 광고가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기사형광고심의위원회의 기사형 광고 심의 규정에 따르면 기사형 광고에는 △취재 △편집자 주 △독점인터뷰 △00기자 △전문기자 △칼럼니스트 등 기사로 오인하게 유도하는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기사형 광고를 심의한 결과에 따르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적발된 사례는 △2010년 191건 △2011년 710건 △2012년 972건 △2013년 1473건 △2014년 226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의 판단 기준에는 ‘광고’임을 명시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어긴 사례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 2011년 55건에서 △2012년 249건 △2013년 359건 △2014년 569건 등으로 위반 사례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사형 광고에 대한 피해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기준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기사와 광고 간 기준이 애매해 (심의 결과 통지 후) 해당 언론사에서 실제로 취재해 작성한 기사라고 이의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혜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사교육을 홍보하는 기사는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를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며 “언론사들이 자사 교육법인 홍보에만 몰두하지 말고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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