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 출연자 최민수씨가 자진 하차했다. 지난 19일 제작현장에서 독립제작사 소속PD를 폭행했기 때문이다. KBS는 21일자 방송 결방조치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했다. 23일에는 최민수씨의 자진하차 입장을 수용했다. KBS는 공영방송답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독립PD협회는 성명을 내고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공영방송 KBS의 조속한 입장 결정을 지지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정상화하여 시청자와 공감하고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립PD협회는 21일 “촬영현장에서 일어난 심각한 폭행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비상식적인 제작사와 KBS의 무책임한 태도, 가해자의 사과에 시청자들은 물론 독립PD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최씨의 하차를 요구한 바 있다. KBS는 독립PD들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MBN에서 발생한 독립PD 폭행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은 MBN PD가 독립제작사 PD를 폭행해 안면함몰에 이르게 한 뒤 편집실로 올라가 시사를 진행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를 본 이후 입을 닫았다. 가해자로 알려진 MBN PD는 정직1개월 징계를 받은 뒤 최근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독립제작사협회는 지난 7월 MBN 대표이사에게 이번 사건의 경위 및 조치, 향후 대책방안에 대해 공식 질의서를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이 없다.

   
▲ MBN 8월20일자 뉴스의 한 장면.
 

이에 독립PD협회 소속 독립PD들과 KBS‧SBS 등 지상파PD들은 MBN 사옥 앞에서 한 달 넘게 진상규명 및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MBN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KBS의 발 빠른 대처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독립PD들은 MBN측에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폭행에 대한 ‘갑’의 진정성 있는 사회적 사과,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가해자의 해고, 이게 전부다. 

그러나 MBN은 국정감사에 MBN대표이사를 세우겠다는 ‘경고’에도 묵묵부답이다. 사과가 그렇게 어려운가. 영화 ‘베테랑’에 등장하는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떠오른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끝날 문제를 계속 키우다 화를 자초하는 신진그룹의 모습은, 묘하게 오늘의 MBN과 닮았다. MBN은 지난 20일 “방영 전부터 각종 논란을 일으킨 이 프로그램(KBS ‘나를 돌아봐’)을 두고 네티즌들은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게 바로, ‘유체이탈’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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