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민영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SBSMC)가 지역민영방송과 광고매출·보도·편성에 관한 ‘SBS 네트워크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역민방에 불평등 계약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SBSMC는 SBS가 대주주(지분 40%)로 있는 곳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지난 2012년 6월 14일 SBS와 SBSMC, 지역민방간 이뤄진 SBS 네트워크 합의 관련 회의록 문건에는 ‘SBS와 SBSMC는 지역민방 각 사에 대해 매출평균비율의 90%를 최소 매출로 보장하되, 이 매출비용 보장은 이미 제안한 편성협약과 보도협약안 수용이 전제’라고 합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회의는 2012년 8월 SBSMC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로 허가받기 전 4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이를 토대로 6월 말 SBS와 SBSMC, 지역민방 9개사 대표이사들이 모여 ‘SBS 네트워크 합의서’가 도출됐다. 

해당 합의서에는 SBS와 SBSMC는 각 지역민방 광고매출을 전체 지역민방 광고매출 평균의 90%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으로 황금시간대인 21시부터 24시까지의 SBS 프로그램을 85% 이상 의무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전국 네트워크 뉴스 시간 확대와 시간대 통일을 통해 네트워크 보도경쟁력 강화한다’는 취지로 SBS 뉴스를 8시 25분까지 편성하고 이후 지역민방의 자체 제작 뉴스를 편성한다는 보도 협약 개정을 명시했다. 

2012년 9월 1일 2012년 SBS와 지역민방 9개사가 최종 체결한 ‘편성 및 네트워크시간대에 관한 협약’과 ‘보도에 관한 협약’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그대로 확정됐다. 6월 작성된 합의서를 ‘SBS 네트워크 광고 합의서’와 함께 보도·편성 협약 등 총 3개 협약서로 분리해 체결한 이유는 당시 방통위가 보도·편성 협약에까지 SBSMC가 합의 당사자로 들어가 있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방송사업자 또는 광고대행자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 SBS 사옥
 

지난 20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의원은 방통위가 SBSMC를 허가한 2012년 8월 22일 바로 다음 날 방통위 관계자에게 미디어렙법 금지행위를 거론하며 “SBS가 허가받고 나서 이런 편성협약을 앞으로든 뒤로든 지역민방 등에 약한 방송에 요구하면 어떻게 조치할 거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금지행위에 더해) 허가조건에도 추가해 그렇게 되면 허가조건 위반과 금지규정 위반이 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도 방통위로부터 ‘SBS의 지역민방 편성권 침해 관련 검토’ 문서를 보고받았다. 방통위는 이 문서에서 “지역민방 노조 측은 일부 지역민방 사장으로부터 편성협약 개정에 이미 서명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하나 관련 증거자료는 없는 상태고, SBS와 지역민방 모두 편성협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증거나 협약체결 내용도 없어 현재 위법성 판단은 곤란하나, 지역민방의 편성권을 침해하는 편성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면 관련 법률 위반 여부 확인 및 필요시 행정조치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SBS·SBSMC·지역민방이 당시 ‘SBS 네트워크 합의서’를 만들고 보도·편성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민방 사측은 방통위에, 방통위는 국회에 허위 문서를 보고한 것으로 탄로 났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SBSMC를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로 재허가하면서 ‘방송광고판매의 공익성과 공정성,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제작·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방송사업자에게 부당한 계약 강요 행위 금지’를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에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김한기 회장)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비록 문건은 분리했지만 방송광고 판매 및 배분에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SBS는 최소 광고매출 보장이라는 미끼를 통해 법으로 보장된 지역민방의 편성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명백히 자행하고 있다”며 “SBS의 우월적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광고판매협약의 독소조항이 유지된다면 지역민방은 울며 겨자 먹기로 SBS에 대해 광고도, 편성도 모두 종속당한 거미줄에 걸린 ‘을’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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