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과 사무실로 배달 된 25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오보를 냈다.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 소식이 25일 자정을 넘어서야 알려졌기 때문이다. 25일 새벽1시를 넘겨 0시(자정) 이전에 종쇄하는 신문제작시스템 상 구문이 불가피했다. 온라인뉴스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15년 전만해도 없었던 종이신문의 ‘굴욕’이다. 

통상 0시를 넘기면 윤전기를 세우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구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급박한 상황에선 종판을 낸 뒤에도 윤전기를 멈추고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 상황에 맞춰 조금씩이라도 신문을 찍어 배포하는 식이다. 보통은 발 빠른 취재능력과 전국적인 배달망 여부로 승패가 갈린다. 지역에 따라 최종판이 배달된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서울에 비해 지방에 구문이 도착할 확률이 높다. 

25일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미디어오늘 사무실에도 구문이 된 기사들이 도착했다. 구문이 된 지면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받아본 25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은 <2차 회담도 평행선…박대통령 “사과 안하면 확성기 방송 계속”>이었다. 한겨레는 “남북은 이틀째 밤샘 협상을 벌이고서도 쉽사리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 도착한 25일자 종합일간지의 모습.
 

같은 날 경향신문 1면 기사 제목은 <“사과해야 끝난다”는 끝장회담>, 서울신문 1면 기사 제목은 <무력대치‧밤샘 협상…불면의 한반도>, 국민일보 1면 기사 제목은 <남북 합의문 타결 직전에 北강경 선회…또 ‘난항’>, 한국일보 1면 기사 제목은 <“北 지뢰 사과해야 확성기 방송 중단” 최후통첩>, 중앙일보 1면 기사 제목은 <박대통령 ‘김정은 결단’ 공개 촉구>였다. 

미디어오늘 사무실에 배달된 신문 가운데 구문이 아닌 남북 합의문 소식을 1면에서 전한 신문사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조선일보 기자들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연합뉴스보다 빨리 관련기사를 송고했으며 협상이 타결됐다는 사실을 취재로 확인하자마자 바로 윤전기를 세웠다는 후문이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12시~1시 사이에 윤전기를 세우고 합의내용이 담긴 지면 50만부를 찍었다”며 “무엇보다 발 빠른 취재가 뒷받침 된 결과”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25일 새벽 서울 강남공장 윤전기를 멈추고 11만여 부를 인쇄해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및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등 주요 부서에 배송했다.

동아일보도 “43시간 협상 끝에 남북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0시경 55분 공동보도문에 전격 합의했다”며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24일자 신문도 협상추이를 지켜보며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종쇄했다”며 힘들었던 ‘마감전쟁’ 후기를 전했다. 25일자 지면 판 갈이가 늦었던 중앙일간지의 한 기자는 “자정 전에 보통 판이 마감되는데 전국 커버리지로 배송을 못하는 경우에는 오늘 같은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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