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광복 70주년 대형 이벤트가 조대현 사장의 고도의 연임 프로젝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오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위원장은 6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조대현 사장 1년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 70주년 특별 프로그램인 ‘8·15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를 자신의 연임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KBS가 행사 당일인 15일에 VIP(박근혜 대통령)를 행사장으로 모시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대현 사장의 입지를 각인시키고 미리 연임 낙점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가 50억원을 들이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급작스럽게 제작이 결정됐다는 점도 ‘조대현 사장 연임 프로젝트’ 의혹에 근거를 더하는 부분이다. 

   
▲KBS 광복 70주년 특별 프로그램인 '8.15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에서 연아합창단 오디션을 보고 있는 김연아. 
ⓒKBS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대형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은 제작 1년 전 기획을 완료해 이사회의 예산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올해 1월1일 단행한 대개편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당시에는 논의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KBS본부 설명이다. 

함철 부위원장은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지난 5월 급작스럽게 결정돼 진행되고 있다”며 “정상적인 프로그램 제작 절차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KBS가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 외 회사 주최 단일 행사에 5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한 적도 드문 사례다. 또 갑작스럽게 제작이 결정된 5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사내에서는 불협화음도 이어지고 있다는 제보다. 

함철 부위원장은 “일회성 행사에 5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반 프로그램 예산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예산을 전용하거나 무리하게 대기업 협찬을 유치하는 등 회사의 모든 것을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로 빨아들이고 있다”며 “일회성 행사가 끝나고 나면 마치 방송을 그만둘 것처럼 무리하게 예산을 유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가운데), 함철 부위원장(오른쪽), 남철우 정책실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 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기범 기자
 

권오훈 본부장은 “만일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면 KBS 전파를 활용해 사장 연임이라는 사리사욕을 채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대현 사장 스스로가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는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KBS가 준비한 프로그램으로 개별 방송사가 제작하는 광복 70주년 프로그램으로는 유일하다. 연예인 최불암·신동엽·이승기·이현주 씨 등이 8월 1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본행사 당일 1,2부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세부 프로젝트마다 김연아·이선희·조영남 등 호화로운 게스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홍문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미방위 위원과 새누리당 중진급 의원들이 프로그램에 합창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KBS는 8월 15일 본공연을 준비하는 메이킹 필름 형식의 방송을 이미 지난 6월 13일부터 매주 토요일 KBS1 오후 8시 황금시간대에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KBS본부는 이와 함께 조대현 KBS 사장의 취임 1년 평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뉴스 공정성과 조대현 사장의 업무수행 능력이 각각 10점 만점의 2.91점으로 낙제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또 조대현 사장 재임 1년 간 공정성 확립이 됐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의견이 80.9%(전혀 아니다 47%, 아니다 33.9%)를 차지했다. 또 권력 감시와 견제 역할 수행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 55.7%로 절반을 넘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33.2%로 부정 의견이 우세했다.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 취임 1년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평가 뿐 아니라 인사·경영, 노사 관계, 업무수행능력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답한 의견이 70%를 넘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이 지난 1년 무능력영의 밑바닥을 보여준 ‘총체적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조대현 사장을 향해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연임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KBS본부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7월29일부터 8월5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조합원 1056명이 응답했다. 

KBS본부는 이날 조대현 사장 취임 1년 평가를 시작으로 이달 24일부터 편성, 보도, 제작. 기술. 시청자 본부장을 상대로 한 신임투표에 돌입한다. 또 이날 조대현 사장 1년 평가를 차기 사장 후보자에게도 적용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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