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합편성채널 MBN의 PD가 외주제작사의 독립PD를 폭행해 안면골절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을’의 위치에 있는 독립PD들에 대한 방송사 PD들의 폭행이나 욕설이 관례적으로 벌어져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8일 독립PD협회와 언론노조 등이 주최한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실태 긴급 증언대회’에선, MBN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묵혀져 온 방송사 PD들의 외주PD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보고됐다. 

한 외주제작사 독립PD는 방송사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농담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사 소속 PD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이 방송사 PD는 동석한 여성 작가에 대한 인격모독성 농담을 한 뒤 외주PD에게 ‘그렇지 않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외주PD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응하자 재차 질문을 한 후 외주PD의 뺨이 부을 정도로 세차게 후려친 것으로 전해졌다. 

   
▲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실태 긴급 증언대회. 사진제공=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최선영 독립PD(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는 이같은 폭행 사례들을 전하며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렇게 폭행을 당한 당일에 다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게 외주PD들의 현실”이라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외부 인사와 독립PD, 구성작가들이 참여하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징벌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영 독립PD는 “종편4사가 공히 외주관리 부서가 따로 없다”면서 종편에서 벌어진 독립PD에 대한 인권침해 행태들이 “신문과 방송 겸영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통과됨에 따라 신문사 관행들이 그대로 넘어와서 빚어지는 참사”라고 비판했다. 

김동원 한예종 영상원 강사(정치학 박사)는 “종편 출범으로 시장은 확대되었지만 제작비 절감과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는 줄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며 외주제작 독립PD들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몇가지 대안들을 내놓았다. 

김동원 박사는 현재 방송법 내에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는 있으나 외주제작사에 대한 정의조차 부재한 현실을 꼬집으며, “영세한 독립제작사 PD들이 최저임금을 비롯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출발점은 방송법에 독립제작사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립PD들의 노동인권 침해가 법적으로 구제받기 위해선 고용 사실의 증명이 관건이라고 진단하며, 방송사들의 고용계약서 및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립PD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독립PD와 영세한 독립제작사 등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의 독립제작사를 설립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도 “법원에서 독립PD들의 근로자성을 인정 받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의 화물연대나 덤프 레미콘 노동자들의 조직방식처럼 현행 노동법 체계에선 근로자성 인정이 안 되지만 일정한 노동조합 활동이 가능한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독립PD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개최됐으며,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이동기 한국독립PD협회장, 은수미,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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