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피서를 떠나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일기도 하죠. ‘날씨’와 ‘피서’ 리포트로 지상파 뉴스가 채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25일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이날 KBS, MBC, SBS 메인뉴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태풍 뉴스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사실입니다. 태풍 ‘할롤라’가 한반도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는 내용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중요한 소식입니다. 

KBS ‘뉴스9’은 1, 2, 3번째 리포트를 통해 태풍 예고와 장맛비로 인한 중부 지방 피해 소식을 다뤘습니다. SBS도 마찬가지입니다. ‘8뉴스’는 1, 2번째 리포트는 태풍 ‘할롤라’에, 3번째 리포트는 장마로 인한 피해에 할애했습니다.

   
▲ KBS 메인뉴스 ‘뉴스9’ 25일자 보도.
 

두 방송사의 이어지는 4번째 리포트 역시 꼭 닮아 있습니다. 남부 지역은 폭염으로 피서객들이 몰렸다는 내용인데요, 앵커 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KBS : “이렇게 중부 지방에 비가 오는 동안, 남부 지방은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동해안 쪽은 피서객으로 북적였습니다.”
SBS : “중부와는 딴판으로 남부지방은 오늘(25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특히 부산 해운대에는 올 들어 최대 피서객이 몰렸습니다.”

   
▲ SBS 메인뉴스 ‘8뉴스’ 25일자 보도.
 

우려하는 것은 한 여름을 향해 가는 만큼 피서 리포트가 지상파 뉴스를 점차 덮어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작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국정원-해킹팀 이슈는 묻힌 채 말이죠. 

이날 MBC와 SBS 메인뉴스에서는 국정원 보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관련 보도를 내보낸 곳은 KBS ‘뉴스9’뿐이었는데요, “국가정보원이 삭제된 해킹 관련 자료를 모두 복구해서 모레, 국회에 보고한다”고 앵커는 단정적으로 말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삭제한 해킹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국정원이 모두 복구했다고 알려졌다는 겁니다. 

   
▲ KBS ‘뉴스9’ 25일자 국정원 관련 보도.
 

그런데 국정원이 삭제된 해킹 자료를 모두 복구했는지 아닌지를 누가 확인할 수 있나요? 삭제된 자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앵커 멘트는 뉴스 시청자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시청자들은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BS는 확인도 전에 국정원이 모든 자료를 복구했다고 단정 지어 이야기했습니다. KBS가 이 사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JTBC 뉴스룸은 톱뉴스 두 꼭지로 다루었습니다. 앵커 멘트에서도 차이가 확연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삭제된 감청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모두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초 어떤 프로그램이 삭제됐는지를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한 복구 작업 결과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프로그램 사용 기록이 담긴 로그파일 없이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 JTBC ‘뉴스룸’ 25일자 보도.
 

JTBC 뉴스룸은 두 번째 리포트에서도 삭제 파일 복구에 일주일여나 걸린 까닭에 의문을 보이며 “국정원이 제안한 서너 시간의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로그 전체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최대 쟁점인 내국인 사찰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지상파에서 국정원 보도는 날씨, 피서 보도에 한참 밀리거나 아예 외면 받거나 그게 아니면 축소‧왜곡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언제까지 이럴까요? 국정원이 해킹팀 프로그램을 구매해 누굴 감시했는지, 국정원 직원은 왜 죽었는지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