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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사 ‘땡북’ 리포트 전수조사… 기묘한 공생관계, 조롱 쏟아내지만 시청률 1등 공신

종합편성채널 3사(채널A·TV조선·MBN)의 북한 보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 종편4사의 평일 메인뉴스 TV조선 <뉴스쇼 판>, 채널A <채널A종합뉴스>, MBN <뉴스8>, JTBC <뉴스룸>이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하 김정은) 동정기사, 북한체제 조롱기사 등 일명 ‘땡북 리포트’를 전수 조사했다. 남측·북측 입장을 5:5로 담은 리포트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보도의 경우 상식적 수준이어도 편의상 ‘땡북 리포트’에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 땡북 리포트는 채널A 302건, TV조선 134건, MBN 126건, JTBC 18건순이었다. 채널A는 조사기간 중 북한뉴스를 보도하지 않은 날이 3일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북한 보도량을 보였다. JTBC는 다른 종편3사와 달리 문제가 될 만 한 북한뉴스가 거의 나가지 않았다. TV조선은 약 130일간의 뉴스에서 1만4326초가량을 북한과 김정은에 할애했다. TV조선·채널A와 차별화된 뉴스를 강조하던 MBN의 경우 북한 보도만큼은 이들 종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종합편성채널 4사의 북한관련 보도 건수. (조사기간: 2015. 1.1~6.30, 조사대상: 종편4사 평일 메인뉴스) 디자인=이우림.
 

땡북 리포트의 공통점=황당·자극·추측

땡북 리포트의 공통점은 ‘황당함’이었다. 지상파에선 기사로 나갈 수 없는 아이템이 기사화되고 있었다. TV조선은 1월5일 “김정은이 시찰한 정성제약 종합공장 제약품 중 ‘청춘 교갑’이란 제품이 등장하는데, 즉효성과 지속성이 보장되는 ‘강한 성기능 촉진제’다. ‘북한판 비아그라’인 셈”이라고 보도했다. 1월7일엔 “김정은이 28분50초 동안 선 채로 육성 신년 연설을 했는데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연구팀이 김정은의 목소리 주파수를 색깔과 파장으로 분석해보니 ‘모든’과 ‘승리’의 문장 사이에 김정은의 목소리와는 다른 도너츠 모양의 주파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의 문제의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생중계 연설인 것처럼 선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중계냐 녹화중계냐가 대한민국 대중에게 주요한 관심사라고 보긴 어렵다. TV조선은 2월13일엔 “전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웹 게임 시장에 북한 김정은을 조롱하는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5월21일에는 “북한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로 추정되는 사람이 영국 런던의 에릭 클랩튼 콘서트장에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5성급 호텔에 머물며 초호화생활을 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 MBN의 북한 보도화면 갈무리.
 

종편의 북한보도는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소개하고 있다. 흡사 조선중앙TV 같다는 인식마저 들게 했다. MBN은 4월9일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엔 손목에 이상이 생겼다”며 “다만 물건을 만지고, 사람들과 악수를 하는 등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김정은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뻣뻣했다며 6월5일 “작년에 제거한 왼쪽 발목의 물혹이 재발했거나, 고도 비만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김정은의 차량까지 보도하며 ‘창조적 북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2월11일 김정은이 신형 벤츠로 차량을 교체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채널A는 교체 배경을 놓고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에 스포츠카 이런 걸 한창 좋아할 때”라고 ‘분석’했다. MBN은 1월1일 김정은의 신년담화를 두고 김씨 일가 3대의 목소리를 비교해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과는 목소리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는 하나마나한 분석을 내보냈다.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별 내용 없는 보도들이다.

종편3사의 북한보도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추측성’이다. 사실 확인이 안됐거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소문’이나 ‘추정’에 의존한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5월19일 채널A는 김정은의 조울증 가능성을 보도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버럭 화부터 내는 김정은의 공격성을 전문가들은 일종의 조울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 채널A의 북한 보도화면 갈무리.
 

김정은의 비만이 북한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황당한 추측도 있었다. 채널A는 “스위스 유학 때부터 즐겼던 에멘탈 치즈 탓에 살이 크게 쪘다는 등 날로 늘어나는 체중을 놓고 여러 관측들이 제기돼 왔다”고 보도한 뒤 영국 모 언론사 보도를 인용해 “비만이 더 진행되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이복형인 김정남이 옹립될 것이란 충격적인 관측까지 나왔다”고 보도했다.

국정원등 정보기관과 해외 언론매체의 북한 소식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경우도 허다했다. TV조선·채널A·MBN은 “북한이 2020년에는 핵무기가 최대 100개에 달할 수 있다”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추측을 그대로 보도하는가 하면, 미국의 대북 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를 종편이 그대로 받아 <“외국인 상대 성매매 총살로 엄단”> 등을 보도했다.

‘땡북 리포트’의 정점은 4월23일자 채널A <“김정은 앵무새” 아나운서 비호감>이란 제목의 리포트였다. 채널A는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주민들은 (조선중앙TV의) 아나운서를 정권의 앵무새로 여겨 가장 싫어하는 방송인으로 꼽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아나운서를 싫어한다는 여론이 설령 있다 해도, 한국 사람들이 왜 이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가십·조롱으로 가득한 북한보도, 시청률로 보상
 
TV조선 ‘땡북리포트’를 보면 종편의 북한 보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김여정, 최룡해 아들과 결혼설>(1/2), <김정은 시찰한 제약공장, 북한판 비아그라>(1/5)와 같은 가십성 보도가 있다. <‘김씨 선물’ 둔갑 유엔 구호품 실물 입수>(1/8)에선 생일선물로 받은 과자의 종류를 전하며 가십성과 함께 체제비판까지 더하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북 주민 85% “외국 DVD 봤다”>(1/27), <북 900억대 중국 스마트폰 수입>(1/30)처럼 북한의 ‘개방’을 강조하는 보도도 있다.

<김정일 동생 김평일, 체코대사로>(1/21), <북한 HD 방송 시작…김정은 체제 선전>(2/10), <북한TV에 장애인 첫 등장…의도는?>(2/20), <북, 전력난 심각…평양 무산 열차 멈춰>(2/26), <“북, 지난해 50건 이상 사형 집행”>(4/2), <북 함경북도 대형 산불…일본 북부지역까지 연기>(5/5)등 북한에서나 볼법한 사건보도가 있는가 하면, <국산화 강조 북한 김정은, 외제품 애용?>(1/22), <북한, 간통죄 엄벌…김 씨 부자만 ‘자유 불륜’>(2/27), <총알 피하는 ‘무적’ 김정은 셔츠, 미국·유럽에서 인기>(4/20)와 같은 김정은 체제 비난·조롱 보도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보도를 보면 북한사람들이 TV조선을 애청한다는 TV조선 측 주장에 신뢰가 갈 법 하다. 언론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권력자를 조롱하며 북한소식까지 전달하는 종합편성채널보도가 북한주민들 입장에서 입맛에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북한사람들은 한국의 ‘뉴스 수준’이 북한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뉴스를 예능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 TV조선의 북한 보도화면 갈무리.
 

실제로 채널A는 과거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평양 뒷담화-조선중앙TV늬우스’ 코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정성산 탈북영화감독은 “북한 관련 (지상파)시사프로그램의 방송 패러다임이 천편일률적이었다. 이제 종편이 생기면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며 북한에서 제작한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뮤직비디오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어 ‘탈북미녀’로 소개받은 조예슬씨가 등장해 조선중앙TV 아나운서를 연기하며 “조국의 평화통일과 남북화해 역사의 계기를 마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종편이 생각하는 ‘북한 콘텐츠’의 실상이자 본질이다.

이번 조사에선 황선·신은미 관련 보도나 통합진보당 관련 보도, 리퍼트 대사 피습 관련 보도 등은 제외했다. 이들 보도까지 합치면 북한 관련 뉴스는 종편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관련 동정 보도까지 추가하면, 정부 및 자본권력 비판 뉴스는 끼어들 틈이 없다. 채널A는 북한 뉴스를 메인뉴스 첫 꼭지로 다룬 날만 31일이었다. 두 번째 꼭지로 다룬 날은 34일, 3번째 꼭지로 다룬 날은 15일이었다. 한국이 메르스 사태로 흔들릴 때도 TV조선은 <북, 메르스 ‘민감’ 반응…개성공단에 검역장비 요청>(6/4)과 같은 북한 기사를 내보냈다.

종편의 등장은 바야흐로 ‘북한뉴스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TV조선은 201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오보·막말·편파 방송을 이유로 97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이는 전년(29건)과 비교할 때 3배나 늘어난 수치다. 채널A 제재건수도 2013년 20건에서 2014년 41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종편3사 메인뉴스는 일정한 시청률로 보상받고 있다. 제재보다 달콤한 선물이다.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톤다운 밖에 없다”

지상파에선 기사가 안 되는 건이 왜 종편에선 기사로 등장할까. 우선 보도편성의 차이다. 종합편성채널은 보도편성비율이 지상파에 비해 높다. 메인뉴스의 경우도 대부분 35꼭지 수준이다. 기자들 입장에선 매일 아이템을 발제해야 한다. 간부들은 선정적인 북한뉴스를 선호한다. 시청률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 측으로부터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보도 이후 ‘탈’이 날 가능성도 적다.

종편의 북한쏠림현상은 <이제 만나러 갑니다>(채널A), <남남북녀>(TV조선), <잘 살아보세>(채널A) 등의 예능교양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종편은 탈북자가 가장 빈번하게 출연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기자는 “기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톤다운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보도 쏟아내기’는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는데 유리하다는 보수진영의 입장과 시청률이라는 상업적 고려가 뉴스편성에 맞물린 결과다.

반면 JTBC는 타 종편사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JTBC는 보도량 면에서도 타 종편사와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김정은이나 북한 체제를 조롱하는 식의 보도가 없었던 탓이다. JTBC에선 북한 관련 보도 대신 조응천이나 정윤회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항소심 무죄 소식도 등장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2심 선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 5월28일 JTBC가 오산기지 생 탄저균 배달 논란을 주요하게 보도할 무렵 TV조선은 <북 출산설 김여정 47일 만에 등장> 리포트를 내보냈다.

종편의 북한뉴스는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가장 큰 문제가 북한 관련 오보의 확산”이라며 “실제로 확인하기 어려운 권력핵심층의 미묘한 변화를 두고 사실과 다른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보도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북한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모욕감을 주면서 우리의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이 같은 보도가 행해진다. 종편식 북한보도는 잘못된 여론을 형성하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안정식 SBS북한전문기자(북한학 박사)는 “종편보도의 논리는 교화인데, 대한민국사람 중 북한이 인민의 낙원이라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안정식 기자는 “요즘 젊은 사람 가운데 통일하자는 사람이 없다. 나중에 한반도 통합의 시기가 왔을 때, 우리 내부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통일이 안 된다. 북한의 실상을 모두 알리는 것만이 미래의 한반도 운명을 위해 올바른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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