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거부감이 극단적이지 않다면 <썰전>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최근 <썰전>측은 대중문화편을 폐지하고 생활경제편을 신규 코너로 집어넣었다. 잘한 일이다. 문화의 시대는 끝난 지 오래고, 이제는 경제의 시대가 아니던가. 사람들의 관심사를 깊고 길게 충족하려면 경제만한 게 없을 것이다. 좋은 결정이다.

앞으로 <썰전>은 최진기를 내세워서 ‘쩐에 관한 썰’들을 쏟아낼 것이다. 대중문화비평 시절의 핵노잼이 개꿀잼으로 바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 핵심은 역시 최진기다.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그가 얼마나 독보적인 수능 스타강사인지. 뿐만 아니라 최진기는 인문학·경제학 대중 강좌와 교양서를 통해 성인 교양층과도 만나고 있다.

패널구성의 전문성을 봐도 그렇고, 이제부터 <썰전> 생활경제편은 최진기의 입담에 의해 좌우될 공산이 크다. 그건 사실상 썰‘쩐’을 최진기의 경제 이야기로 동일화해서 봐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첫 회부터 최진기는 자신의 일방적 강의가 된 건 아닌지 염려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이 좋다면 전달 형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내 입장에선 그게 뭐 대수일까 싶다. 어쨌든 중요한 건 오늘날 우리들 중 상당수가 <썰전>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 까닭에 당분간은 최진기의 눈을 통해 경제 돌아가는 이야기를 배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진기가 말하는 경제, <썰전>이 구라를 칠 경제란 대체 무엇일까. 그다지 크게 염려할 건 없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어디야 싶을 정도로 최진기는 신뢰할 만한 경제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시민이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최진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우려되는 것도 없진 않다. 대중강연에서와는 다르게 TV프로그램에선 부동산 손대지 말아라, 선물·옵션은 개미가 할 게 아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첫 날 게스트의 재테크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불로소득보다 근로소득(본업인 작곡)에 신경 쓰라고 답변했던 것도 헛헛하게 들렸던 게 아닐까. 대중들은 화폐와 상품에 관한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 하고, <썰전>은 그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실 경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정치 논리들을 <썰전>과 최진기가 언급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대중문화편을 (단절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경제편에서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치’와 ‘경제’를 애써 구분하고 있는 프로그램 구성상으로도 경제 현실을 주무르는 정치 논리는 언급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썰전>의 생활경제편을 보는 비평적 시선은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마음 가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관한 대중적 시선을 지나치게 민간화하고 나아가 왜곡시킬 가능성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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