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최초 환자 확진 후 16일 만에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여론은 냉랭하다. 중앙일보는 박원순 시장에 날 세운 대통령에 대해 “(메르스 사태의) 1차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보건복지부가 경기도 평택시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를 전수조사하기로 하는 등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문형표 복지부장관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야당은 “수습 뒤 사퇴”를 촉구했다. 

8일부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만 메르스 공포 여론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조중동은 6일 관련 소식을 지면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대부분에 대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아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 주요일간지 지면을 장식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사진. 동아일보는 사진 캡션을 ‘마스크 없이…메르스 진료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이라고 달고 박근혜 대통령을 한껏 띄웠다. 반면 타 매체들은 ‘16일 만에’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종합일간지 6일자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에어컨‧문고리‧화장실서도 ‘바이러스’ “환자 근접 때만 감염” 정부 말 뒤집혔다>
국민일보 <진원지 평택성모병원 모든 방문자 추적조사>
동아일보 <이제야… “첫 확진병원 방문자 전수조사”>
서울신문 <이 와중에… 복지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세계일보 <느슨한 통제…메르스 ‘병원 밖 감염’ 우려 증폭>
조선일보 <政府‧지자체 힘 모아야 메르스 이길 수 있다>
중앙일보 <메르스 앞 전쟁… 정부‧서울시 한 팀이 돼라>
한겨레 <커지는 ‘병원밖 감염’ 우려…언제까지 복지부에만 맡기나>
한국일보 <메르스, 불신의 전염병부터 씻어 내라>

컨트롤타워 없는 정부, 갈팡질팡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최초 환자 확진 후 16일 만인 지난 5일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초기에 국제 기준에 따라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초동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간 전문가들과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언론이 참여정부 때의 사스 대처와 현 정부를 비교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일각에서 (2003년) 사스 대응과 비교하지만 사스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의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다”며 “메르스는 내국인에 의해 질병이 유입된 후 의료기관에서 감염이 계속돼 양상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만약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효과적 대응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차체 간에 긴밀한 소통, 협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냉랭한 여론… 중앙 “청와대‧새누리, 뭘 잘했다고 박 시장 비난?”
조선 “청와대 사람들, 머리 제대로 돌아가나”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랭하다. 보수언론도 박 대통령의 무능을 질타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6일자 사설을 통해서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중앙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도대체 뭘 제대로 한 일이 있다고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4일 늦은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삼성병원 의사(35번 환자)가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데도 1565명이 참석한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 대한 언론 및 대중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현 정부가 고수했던 ‘정보 통제’와 ‘무능’과 대비돼 비판 여론이 청와대를 압박했다. 

중앙은 “(박 시장이) 복지부가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밤에 1565명의 격리 방침을 발표한 것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메르스와의 전쟁’ 선포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복지부동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권선택 대전시장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도 했다. 

중앙은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다른 단체장들도 독자적으로 메르스 퇴치에 나섰다”며 “지금은 중앙정부만의 힘으로는 메르스를 이길 수 없다. 현장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판단이 오판이라는 것이다. 

중앙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중앙정부가 머뭇거리면서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1차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6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지난 4일 밤,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법 개정’ 관련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의 전화를 기자들에게 돌렸던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당청은 현재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메르스 대응에 여념이 없어야 할 청와대가 이 시국에 정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셈이다. 

조선은 “메르스 공포가 정점(頂點)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심야(深夜)에 이런 일(기자에게 반박 전화)을 하고 있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러지 않아도 정부는 처음부터 판단 착오와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첫 환자가 확인된 지 14일 만에야 첫 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이런 헛발질이 겹쳐 대통령 지지율은 40%에서 34%까지 급추락했다”고 했다. 

조선은 “지금 어린아이에게 물어봐도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어느 것이 중요한지 경중(輕重)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청와대가 심야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전화 공세를 하는 것을 보면 청와대 사람들 머리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형표, 수습 후 사퇴하라”

보건복지부가 경기도 평택시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를 전수조사하기로 하는 등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문형표 복지부장관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야당은 “수습 뒤 사퇴”를 촉구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5일 첫 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환자 41명이 나온 뒤에야 공개했고, 병원 방문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메르스 민간합동대책반 역학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병실마다 있어야 하는 환기구와 배기구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한 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정부의 ‘정보 통제’를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또 “이 병원에서는 최초 감염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노출된 침방울과 오염된 환자복이나 침대·베개 등의 리넨 등에서 발생한 먼지가 환기·배기가 되지 않은 채 병실 안에 고농도로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한겨레 6일자 6면.
 

야당에서는 ‘문형표 사퇴론’이 번지고 있다. 초동 대처 실패와 무기력한 대처에 책임지고 메르스 사퇴 수습 뒤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질책을 피하려고 급속한 메르스 확산에도 쉬쉬하며 선제 대응하지 못했다”며 “복지부가 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국민 개개인에게 떠넘긴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다. 문형표 장관은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 해결되는 대로 사퇴해야 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조중동에서 사라진 황교안

오는 8일부터 사흘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건만, 메르스 사태에 휩싸여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중동은 6일 관련 소식을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주목할 만한 의혹들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5일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검찰 관련 사건 41건 중 신병처리가 결정된 사건은 14건이고, 이 가운데 2건만 피고인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불구속 수사를 받거나 불구속 기소된 셈인데, 검찰 고위직 출신인 황 후보자가 영향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한국일보 6일자 6면.
 

박 의원은 또 이날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대부분에 대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아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황 후보자가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한 수임기록 119건 가운데 업무활동이라고 주장한 19건을 제외한다고 해도, 100건 가운데 단 3건만 선임계를 제출한 것”이라면서 “무려 97건이 전화변론이며 이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셈”이라고주장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에 관한 변호인 선임서 또는 위임장 등을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에는 사전에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하여야 한다. 

황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핵심자료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청문회가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우원식 의원에 따르면, 자료 제출 마감 시한인 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특위 합의로 제출을 요구한 자료 39건 가운데 황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답변한 것은 7건(17.9%)에 불과했다. 12건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14건은 자료 요청 취지에 맞지 않는 부실한 답변이었다.

황 후보자가 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법무부는 인사청문특위가 요청한 123건 가운데 단 한건도 내놓지 않았다. 

   
▲ 한겨레 6일자 1면.
 

한겨레는 6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황 후보자 쪽의 의도적인 자료 제출 지연으로 ‘깜깜이 청문회’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황 후보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내놨던 자료마저 석연찮은 이유로 제출을 미루고 있어 사전 검증을 회피하려는 황 후보자의 꼼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쏟아지는 의혹에 해명하지 않고 있는 황 후보자에 대해 “국회 청문회는 범법 여부를 밝히는 형사절차가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의 말과 행동을 통해 국민의 신뢰 여부를 가르려는 정치의식(儀式)”이라며 “황 후보자가 산술적 합리성보다는 당당한 풍모에 신경을 써서, 적극적 해명에 나서야 할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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