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메인 뉴스인 <뉴스9>의 청와대 관련 뉴스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의 일정을 다룬 뉴스가 전체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홍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KBS수신료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KBS <뉴스9>가 청와대의 입으로 전락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21일까지 61일 간 <뉴스9>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 관련 뉴스는 총 43건이었다. 하루 평균 0.7건의 관련 뉴스가 방송됐다. 아이템 순서는 리포트 기준으로 평균 5.79번째에 배치됐다. 

길환영 전 사장 재임 당시 KBS본부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2월 13일까지 44일간 청와대 관련 리포트 43건을 분석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뉴스9>는 당시 청와대 리포트를 하루 평균 0.97건 보도했다. 

   
▲ KBS <뉴스9>의 5월 27일 뉴스 리포트 화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관련한 아이템을 다루고 있다.
 

 

리포트 내용 분석에서는 청와대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리포트의 취재 경로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일정을 전달하는 동정 기사가 30건(69.8%)으로 가장 많았고 청와대 발표가 7건(16.2%), 국무회의 등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 등이 6건(14%)으로 뒤를 이었다. 

정홍규 간사는 “취재 리포트 43건 모두가 대통령이나 청와대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며 “대통령과 관련한 독자적인 문제제기나 논쟁적인 이슈 제기, 기획 취재나 탐사보도는 전무했다”고 비판했다. 

43개 리포트에서 사용한 인터뷰와 녹취 등 ‘사운드 바이트’는 90개로 대통령(59건)과 청와대 관계자(10건)가 76.7%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해외 정상 등이 9건, 기업인 5건, 정치인 4건, 대통령의 은사 등 기타가 3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사운드바이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홍규 간사는 “43건 리포트의 보도 문장 304개 중 대통령에게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문장은 야당 입장을 전한 단 4문장에 불과했다”며 “대통령과 관련한 <뉴스9> 보도는 권력 감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청와대 홈페이지나 국정뉴스인 KTV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춘효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은 “지난해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뉴스9>를 보는 데 대통령 동정 기사가 넘쳐나 ‘땡전뉴스’가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리포트가 나오는 데 왜 국민이 KBS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춘효 정책위원은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하면 KBS 수신료 2,500원은 적다는 주장이 맞지만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정의도 없고 청와대가 사장을 선임하는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신료만 올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청자가 정권의 ATM(현금지급기)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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