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FTA·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사진을 ‘세월호 폭력집회’ 사진으로 둔갑해 보도했다가 내·외부 비판으로 결국 폐지된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도 법정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장의 뉴스통>은 지난 6일 방송에서 2008년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시위대에게 전경이 폭행당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세월호 시위대의 경찰 폭행사진’으로 내보냈다. 2003년 한국‧칠레 FTA국회비준을 앞두고 열린 농민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몸싸움 장면 역시 세월호 시위대의 폭행 사진으로 보도했다. 두 사진은 당시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가 각각 찍은 사진이었다.
(관련기사 : 채널A, 12년 전 사진을 ‘세월호 폭력집회’ 사진으로)

지난 7일 미디어오늘이 이 같은 채널A의 사진조작을 처음 보도한 후 416연대 등 시민사회의 비난이 빗발치자 채널A 기자 61명도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재발방지와 프로그램 폐지 등을 요구했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 사과 방송을 했고 <김부장의 뉴스통>도 지난 15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아울러 앵커와 보도책임자 모두 사내 자체적으로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6일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 방송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27일 연 방송심의소위원회(김성묵 위원장)에서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이 세월호 집회와 관련 없는 사진으로 시위대를 매도하고 타 언론사의 사진을 출처 표기도 없이 방송한 것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에 대한 징계’(벌점 4점) 다수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박신서 심의위원은 “해당 방송은 단순히 검증을 안 거친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정도도 심하다고 보인다”며 “패널인 황장수씨 본인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을 그대로 옮겨 방송에 집어넣어 70분이나 얘기하면서, 그 사진을 바탕으로 더 강도 높은 얘기를 이끌어냈으므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5점)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장낙인 위원도 “채널A 보도본부 소속 기자 70여 명 중 61명이 이 프로그램 방송내용에 대해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는데, 성명 내용을 보면 정보보고 차원의 보고가 단독·특종으로 둔갑해 시사프로에 반영되는 것과 함께 보도본부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채널A는 일베 이미지 등으로 의견진술을 하면서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노동절 관련 시위 사진인지 본인에게 확인도 안 하고 방송을 했다는 것은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고 의도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박 위원의 중징계 의견에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회의에 출석한 이기홍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제작진과 패널 일부가 관성적으로 발생하는 시위 현장에서의 폭력 사태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 아이템 선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장의 사진 중 2장은 현장 사진이 맞았고, 방송 내용 상당 부분이 경찰 쪽의 폭력 유발에 대해서도 얘기해 사진 취사선택 과정에서 의도성이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성묵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의 고대석·함귀용 위원 모두 의도성을 떠나 시청자 입장에선 잘못된 사진으로 세월호 시위대의 폭력 장면으로 인식할 여지가 충분했다며 한 단계 낮은 ‘관계자에 대한 징계’ 의견에 합의했다.

한편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채널A는 지난 25일 오마이뉴스에 사진 무단 사용에 대한 사과 공문을 보내 “채널A는 오마이뉴스의 소중한 저작권을 침해하고 실제 사진의 내용과 다르게 반영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다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채널A는 조선일보의 사진 무단 도용 건에 대해선 아직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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