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조중동 방송을 반대한다”며 종합편성채널 선정 일정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던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현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이 최근 TV조선 시사토크프로그램 <황금펀치> 패널로 출연했다. TV조선이 자사채널의 탄생에 반대했던 전직 방통위원을 패널로 출연시킨, 제법 흥미로운 상황이다. 

한 TV조선 기자에게 양문석 전 위원의 출연에 대한 사내 분위기를 물었다. 그랬더니 “어, 그 사람 MB쪽 사람 아니었어?”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그만큼 TV조선에서 야당 쪽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의 출연은 생소하다. TV조선 기자는 “양문석씨가 출연하는 방송을 봤다. 목소리를 높이고 몸짓도 커서 저 사람이 누군가 싶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이었고 종편 출범에 부정적인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어? 근데 왜 종편에 출연하지?”라고 되물었다.

종편 출연은 그의 오랜 소신이었다. 양문석 전 방통위원은 2013년 “진보논객들의 적극적 출연으로 보수 극우 논객을 반박함으로써 의제의 중심과 합리성을 잡아내야 한다”며 종편출연 찬성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방통위원 임기를 마친 뒤 종편에 문을 두드렸다. 종편출연은 여전히 언론계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종편의 공정성 확보에 도움을 줘서 생존을 도모하게끔 한다는 논리, 종편에 출연하는 순간 불법적으로 탄생한 방송을 인정하게 된다는 논리 때문이다. 

   
▲ 5월 18일 TV조선 '황금펀치'에 출연한 양문석 전 방통위원의 모습.
 

하지만 양문석 전 위원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출연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여권에 우호적인 패널이 야권을 마음껏 비난하는데 아무도 견제하는 사람이 없다. 야권에 우호적인 사람이 없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일반적인 특징이다”라며 “야권 우호적 패널이 한 사람이라도 앉아있는 것 자체가 많은 억지 주장을 견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故노무현 서거 6주기에 등장한 ‘노건호 배후설’ 같은 일방의 주장이 본인의 출연 이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양문석 전 위원은 “종편은 여당과 청와대 비판은 아주 신중하지만 야당비판에선 수위조절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앉아있어야 (불공정성이) 완화되고 여권 패널이 눈치를 본다”며 “욕들을 각오하고 내가 먼저 (종편 출연을) 시도했다. 진보논객들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종편출연 거부를 주장하기보다, 종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종편에서 왜곡되는 의제를 바로잡는 노력이 더 유의미하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그는 종편출연을 염두하고 있을 진보논객들을 향해 “충분히 많이 준비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나처럼 연전연패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방통위원하면서 최근 5년간은 정치영역에 대해 발언한 적이 없어서인지 콘텐츠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다”며 <황금펀치> 출연 후기를 전했다. 그는 “종편토론방식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언제 어떻게 발언을 치고 들어갈지 순발력도 부족했다. 1분30초 안에 끊어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실력부족을 절감했다”고 자평했다. 

양문석 전 방통위원에 대한 이력을 들은 TV조선 기자는 “그렇다면 양문석 위원이 출연하는 게 좋다. 야당 쪽 목소리도 나와야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양 위원의 출연을 두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양문석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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