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와 제주방송 경영진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제주방송(JIBS) 노조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만났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20일 오후3시부터 저녁까지 JIBS방송 사옥에서 만난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김양수 JIBS대표는 연봉 인상 수준을 두고 어느 정도 합의를 봤지만 협상결과를 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전국언론노조 JIBS지부는 △근로여건 개선 △방송 제작 환경 개선 △신사업 투명성 확보 △청주방송 임금수준 이행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19일부터 14차례에 걸친 단체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사측과 합의를 보는 데 실패한 노조는 지난 3월18일부터 사상 첫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이후에도 사측과의 협상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지난 12일 언론노조는 JIBS지부에 위임된 교섭권을 회수했다. 20일 진행된 교섭은 언론노조가 교섭권을 회수한 후 사측과 처음 만난 자리였다. 

   
▲ JIBS 노조 조합원. 사진=곽보아 기자
 

현재 노조와 사측의 최대 쟁점은 연봉 인상이다. 부현일 JIBS지부장에 따르면 20일 협상에서 사측과 노측은 연봉 인상 정도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하지만 사측은 조합원들이 먼저 업무에 복귀하면 합의안에 서명을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조합원들은 긴급총회를 통해 21일 오전 10시부터 5시간 동안 업무에 복귀했으나 사측이 연봉협상안에 서명을 미루자 다시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2016년까지 CJB청주방송 임금 수준으로 맞추기로 한 2012년 단체협약을 이행하길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최근 단계적 이행방안 로드맵을 제시했다가 그마저도 철회한 바 있다. 

JIBS 지부는 다시 언론노조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아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SBS네트워크 지역민방사 중 JIBS 임금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윤경 부지부장은 “매출이나 순수익면에서는 JIBS가 CJB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임금은 우리가 30%가량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부지부장은 “사측이 막대한 유보금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저임금과 낮은 제작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JIBS는 2002년 창사 이래 해마다 흑자를 냈고, 최근에는 그동안 쌓인 유보금 320억원 가운데 일부 액수를 신사업을 위한 부동산을 구매에 쓰기도 했다. 노측은 유보금을 직원 임금과 제작여건 개선을 위해 쓸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최근 수익 악화를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JIBS사옥에서 만난 한 경영관리실 직원은 "2014년 수익을 계산해보니 2013년 수익의 30%도 안될 만큼 떨어졌다"며 "사내유보금이나 수익을 모두 임금 인상에만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신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을 직원 복지나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도민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등의 절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녹화방송되는 뉴스..."시청자 신뢰 잃을까 우려" 

   
▲ JIBS제주방송 사옥 로비. 사진=곽보아 기자
 

JIBS 전직원 85명 가운데 노조 조합원은 59명, 이 중 56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방송은 파행상태다. '혼저옵서예' '잘잘특공대' 등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방송되던 시간에는 재방송이 '땜빵'을 하고 있고, 하루 4차례 편성돼있는 뉴스는 메인뉴스인 ‘820뉴스’ 외에는 불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820뉴스’ 제작은 비노조원인 보도국장, 편집부장, 기획실 직원 세 명이 맡고 있다. 인력이 부족해 20분짜리 뉴스를 5분 축소해 녹화방송으로 제작한다.  아나운서 4명도 모두 파업 중이기 때문에 현재 ‘820뉴스’는 비노조원인 이용탁 보도위원이 진행하고 있다. 

요즘 조합원들은 평소처럼 9시에 출근해서 노무사나 변호사를 초청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김양수 사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열기도 했다. JIBS 노조 부지부장인 신윤경 기자는 "지난달에 제주시내 한복판에서 가스폭발이 일어나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가 났는데도 보도하지 못했다"며 "시간과 인력 부족으로 뉴스에 오타가 대거 발생하는 등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옥 로비에서 노조 계정 SNS에 올릴 조합소식을 작성하던 구혜희 기자는 "파업 안 할 때보다 기사아이템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빨리 현장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앞으로 서울에서 '언론노조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 을 열고, JIBS지부 파업을 돕기 위한 모금, JIBS 지부 상경투쟁에 돌입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파업 사태 해결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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