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한 명당 일주일에 평균 30건이 넘는 기사를 작성하는 현 언론사 시스템에서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인센티브는 뭘까. 아무리 많은 성과급을 준다고 해도 기자에게 ‘좋은 저널리즘’ 동기를 높여줄 수는 없다는 게 현직 언론인들의 목소리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심포지엄 ‘한국 언론의 미래를 묻는다’ 다섯 번째 아젠다(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자들은 언론인에게 최악의 인센티브 방식은 포털 환경의 매체가 혈안이 돼 있는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과 같은 기사(클릭)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당, 유발 클릭당 기자에게 성과급을 지불하는 인센티브 모델로는 장기적 성과를 달성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내 웹·모바일 블로그 플랫폼이 시도한 물적 인센티브 시스템은 소수층만 독려하고 소외된 다수의 이탈과 부정행위를 낳는 역효과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미디어랩장은 “‘독자 피드백 시스템과 메트릭스’와 같은 독자와의 관계, 독자의 피드백은 독자를 열망하고 주목받길 기대하는 언론인에게 중요한 동기 유발책”이라며 “국내 기자들이 품질 높은 저널리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로봇 저널리즘’의 도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로봇 저널리즘이란 기자를 대신해 컴퓨터가 일정한 알고리즘 방식으로 보도자료와 같은 1차 자료를 가공해 기사를 생산해 내는 것을 말한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언론의 미래를 묻는다’ 는 주제로 미디어오늘 창간 20주년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도 “일부 언론에선 기사 작성한 분량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차등 지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는 성과관리 차원에서 볼 때 최악 중에 최악”이라며 “정량평가, 그 중에서도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조직 내 위화감을 높이고 품이 많이 드는 취재기사보다는 발표자료에 의존하는 기사를 쓰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결국 언론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란 시청률과 구독부수, 기사 클릭수의 개념이 아니라 좋은 사회적 평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뉴스 유통 구조는 이를 실현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에 따라 독자들이 좋은 뉴스 접할 기회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지상파 공영방송과 포털 뉴스 사이트 개혁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경제적 보상도 있지만 오히려 언론인에 대한 인센티브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언론인들의 전문성 함양 차원에서 언론인 교육과 재교육, 예비언론인 채용 시스템 등이 지금과 다른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조영신 SK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충분이 보상되면 과연 사회를 위한 기사로 반영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제도권 밖에 있는 언론인들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뉴스펀딩과 같은 제도권 언론 밖에 있는 사람들이 쓰고 싶은 글을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충분히 가치 있는 기사를 생산하게 해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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