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5월 17일 미디어오늘 창간호 발간과 함께 이광호 초대 편집국장이 취임한 이후 미디어오늘은 지금까지 12명(횟수로는 14번)의 편집국장들이 거쳐 갔다. 처음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 2층에서 터를 잡았고 목동 방송회관으로 사옥을 옮겼다가 당산동에서 2번의 이사를 했다. 미디어오늘 지면도 12면에서 시작해 16면으로 증면됐다가 다시 12면-8면-12면-16면-12면 체제로 바뀌는 등 늘 인력과 자본 사정에 유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오늘은 창간 후 역사적인 정권 교체와 함께 민주정부 10년을 보내고 보수정부 10년을 맞으면서도 언론의 파수꾼이자 대안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내·외적으로 분투했다.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백병규(1997·2010), 노광선(2009) 전 편집국장을 만나 미디어오늘 20년의 소회를 들었다.   

- 미디어오늘 창간 이후 미디어비평지로서 자리매김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광선(이하 노) : 당시 권영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 위원장을 비롯한 언노련 멤버들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본격적인 언론비평 매체 창간이 필요하다는 데엔 뜻을 잘 모았는데, 실질적으로 창간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준비과정이 힘들었다. 처음엔 경력기자도 거의 없이 수습기자들을 교육시켜가며 신문을 만들어야 했고, 16면을 제작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밤샘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조직체계를 만드는 과정도 몇 달 걸렸고 인력과 자본도 충분치 않았다.

   
▲ 백병규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백병규 (이하 백) : 초창기부터 미디어오늘은 방향성에 있어 비평지로 갈 것인지, 대안언론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길항관계에 계속 부딪쳤다. 당시 대다수 언론이 노동 관련 기사를 취급 안 할 때 노동면을 만들어 대안언론을 추구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물론 그때도 우리의 인력과 자원이 지극히 제한돼 있어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그런 제약은 지금도 있다고 보고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으면서 비평이나 언론환경 감시보다는 일종의 대안적 성격을 갖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대안적 모습을 제대로 추구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 미디어오늘이 척박한 언론환경을 딛고 20주년을 맞기까지 평가할 만한 점이 있다면.
: 미디어오늘은 안기부(국정원 전신)의 언론사찰과 관련해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로 인해 안기부 쪽에서 우리를 예의주시했다. 우리에겐 언론이 탄압받는 시절이 훨씬 기회였다. 실제로 조중동과 지상파 3사로 대표되는 문제의 언론에 대항할 수 있는 계기는 결국 언론환경이 더 좋지 않은 시점에서 찾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진보 매체들도 뚜렷하게 진상규명의 칼날을 못 세울 때 우리가 제대로 파고들면서 많은 독자 유입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권의 아랍 원전 수주 문제 등 남들이 다루지 않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작은 매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했다. 

: 조중동에 대한 비판과 감시 못지않게 한겨레 등 이른바 진보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을 지향토록 하는 데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고 필요하다면 제기된 여러 문제점과 내부 논의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보도했던 것들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삼 정권 때 언론장학생 보도나 천안함 사건은 미디어오늘이 아니었으면 못 했을 집요함이 빛났던 보도였다. 경향신문이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가 북한의 3대 세습에 침묵하는 것을 비판했을 때 한반도 현실 정치 등 논쟁의 단초를 던져줬던 것도 의미가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 당시 아덴만 구출 작전 보도도 정부의 무모한 작전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도 국민에게 알려지는 게 맞다고 판단해 엠바고(Embargo·보도시점 유예)를 깨면서 상당히 논란이 됐던 기억이 난다.
 
- 반면 미디어오늘이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했던 한계는 어디에 있었다고 보나.
: 미디어오늘 초창기엔 신문의 주요 독자가 언론계 종사자였기 때문에 영향력에 있어선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컸을지 모른다. 그때는 현실적으로 대중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실질적 미디어 수단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건 열려 있는데 미디어오늘한테만 열려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 비평 전문지로서 위상도 조금 어정쩡하고 대안 언론으로서도 시장 논리로 보면 오마이뉴스·프레시안·뉴스타파 등 수많은 경쟁 매체들이 출현했다. 그 속에서 과연 우리가 어디로 갈 건지 차별성을 계속 모색해 왔는데, 문제는 20년간 외연이 확장되고 사업 기반을 튼튼히 갖춰 재정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상당히 자리잡기 쉽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 시간이 가면서 조중동은 아예 무시 패턴으로 가고 미디어오늘의 한 축이었던 MBC노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 있는 언론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90년대 후반 들어 증면 전쟁 등 자사 이기주의에 함몰되면서 미디어오늘에 적극 참여할 이들이 변방으로 빠졌다. 미디어오늘에서 언론의 잘못된 촌지 문화도 줄곧 지적했지만 실체 있게 고쳐낸 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작은 매체 하나가 지르는 소리가 그리 큰 반향이 잘 안 되는 측면도 있고, 가장 큰 게 언론노조가 전부 쇠퇴하면서 노조에서 힘을 실어주면 미디어오늘이 힘을 받고 다시 언론노조를 통해 퍼져나가는 시스템이 많이 무너졌다. 보수정권이 방송장악 시도를 하면서 노조 자체가 권력에 의해 붕괴됐고, 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사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오늘도 여러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외부 악재와 내부 문제로 많이 꺾이게 됐다. 

- 지금의 미디어오늘을 봤을 때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 노광선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 지금 미디어오늘을 보면 의제 설정으로 힘 있게 끌고 가거나 치고 나가는 맛이 줄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최근 성완종 정치자금 사건 등 계속 사건이 터지고 엉망인데 미디어오늘에서 대표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의제가 별로 안 보인다. 큰 매체가 해머를 들고 휘두르면 우리는 작은 송곳으로라도 아프게 찔러야 한다. 모든 걸 다 다루면 안 된다. 아픈 곳을 집요하게 찌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언론환경은 가면 갈수록 종편을 없애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조중동·종편이 주도하는 언론환경에서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말이 참이 돼버린다. 이걸 이기려면 더 치열하고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논쟁이 되더라도 세게 붙으면서 이슈파이팅을 잘 해야 한다. 

: 언론 환경에 대한 감시가 이전보다 소홀한 측면이 있지만 여러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제한된 인력으로 어떻게 언론비평을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대안적 측면에서도 나는 사실 초기부터 미디어오늘이 국제문제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속에서 한국 언론의 위상과 한국 사회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와 우리 이웃의 문제이기도 하고 핵발전소의 위험과 관리의 문제, 그로 인해 어떤 재앙이 나타날 수 있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미디어오늘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는데 요즘 그런 부분이 뜸한 게 조금 아쉽긴 하다. 

- 스무 살을 맞은 미디어오늘에 바라는 기대와 당부가 있다면.
: 결국 지금 성완종 이슈 등 각각의 시점에서 아주 집요하게 짚고 돌파해야 할 문제가 있다. 다른 데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송곳으로 찔러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좀 더 잘해야 하는 이유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종이신문은 죽지 않을 것이고 고급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도 독보적이고 창의적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 한편으론 조선일보도 진보언론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역발상을 하면서 꿈을 그리고 갔으면 좋겠다. 장차 미디어오늘 40주년을 만드는 힘은 첫째 지금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자기 헌신에 달려 있고, 둘째 작금의 언론환경에 분개하는 주변의 수많은 언론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줄 때 가능하다. 입으로 욕만 하지 말고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 우리가 조중동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 왔다. 지금도 물론 필요한 부분인데, 그래서 지금 언론환경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묻고 싶다. 더 제대로 된 언론이 어떡하면 우리사회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미디어오늘은 대안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안티 조중동 시대를 거쳤다면 이제 새롭고 바람직한 언론을 구축해 내는 것, 이른바 진보언론의 진로에 대한 모색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면 나쁜 언론에 대한 감시와 비판 못지않게 진보언론의 방향에 대해 집중하고 고민할 때다. 아울러 진보·보수를 떠나 권력에 의해 장악·무력화된 공영방송에 대한 보다 내밀하고 구체적인 탐사가 필요할 것 같다. 과연 권력의 인사권 행사만으로 KBS·MBC·YTN·연합뉴스 등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것인가. 권력의 지시와 탄압, 통제뿐만 아니라 거기에 매여가는 우리 안의 DNA가 있는 게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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