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결성 40주년이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40년 동안 동아투위 113명이 이렇게 굳게 뭉쳐서 자유 언론과 공정방송을 위해 싸워왔던 사실이 역사 앞에 자랑스럽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을 지난 6일 인터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운동하며 전국 각지의 격려 광고를 받으면서 싸우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동아일보는 조중동 말석에서 공장에 버려지는 폐지 취급을 받고 있다”며 “매년 동아일보 앞에 설 때마다 참담하기도 하나 언론 민주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과 결의를 다지는 데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이, 12월에는 제임스 시노트 신부(한국명 진필세, 1929~2014)가 세상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청학련계승사업회 등과 함께 독재 정권에 맞섰던 시노트 신부 전기와 추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사진=최창호 ‘Way’ PD)
 

김 위원장은 1975년 3월 17일 새벽 박정희 정권과 야합한 동아일보 사주들이 동원한 폭력배들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났다. 시노트 신부는 유일하게 동아일보 사옥 안에서 해직 언론인과 함께 했던 인사다. 

김 위원장은 “동료·동지들이 떠날 때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울분이 일곤 한다”며 “우리는 3월 18일부터 동아일보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시노트 신부는 매일 같이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오셨다. 동아투위 입장에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시노트 신부는 인혁당 사건이 고문 및 공판기록 변조 등으로 조작됐다며 진상을 해외에 널리 알렸고, 이 때문에 4월 30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언론을 수단으로 삼아 진실을 감춘다. 엄혹했던 1970년대 동아일보 내부 상황을 물었다. “아침에 출근해 보면, 박정희 중앙정보부 직원이 정치부장 앞에서 잡담하다 마감 때가 되면 ‘이건 줄이고, 이건 빼고’ 지시를 내린다”며 “언론이라고 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괴가 컸고 이런 양심이 운동의 동력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기레기 논란이 컸다. 진실을 왜곡하고 권력 편향적인 보도에 대한 반발이었다. 동아투위가 보여줬던 양심을 지금 언론인에게서는 쉽게 찾기 어렵다. 

“성공회대 등 몇몇 대학을 빼고는 언론사(史)를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불편해 하고, 교수들이 엄청난 권력에 밉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지망생들도 대우가 좋은 조중동, KBS를 선호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학생·시민사회 운동을 한 이들도 조중동에 들어가면 충성 맹세부터 한다. 우리가 최근 ‘동아일보·조선일보 대해부’를 펴낸 것도 젊은 언론인들이 봤으면 해서 한 건데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고.(웃음)”

   
▲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언론인들이 1974년 10월 24일 편집국에서 유신정권의 탄압에 맞서 10·24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여전히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정치권에 훈수를 두며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영방송 역시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로 여론을 왜곡시킨다는 비난을 받는다. 자유 언론 운동이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닐까. 

김 위원장은 “최근 2012년 파업이 정당했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SNS가 여론을 환기하고 진실을 전파할 수 있는 통로라고 봤다. “나도 최근 페이스북을 하는데”라면서 웃음을 보이던 그는 “아직 온라인 매체들은 살아 있다. 뉴스타파처럼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매체도 생겨났다. 이러한 매체들이 언론 자유 운동의 기둥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정국 현안 몇 가지를 물었다. 그는 현 야당에 대해 따끔한 질책을 했다. 

“김영삼, 김대중이 야당을 이끌 때는 2주 동안 단식을 하면서 싸워 냈는데 지금의 야당은 무능하기 그지없다. 재야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이들도 국회만 가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 같다. 자꾸만 분열을 하는데 야당이 과연 합리적 사고를 갖고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욕과 투지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그는 남은 삶 속에서 언론 민주화, 언론 자유의 완전한 실현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더욱 민주정권을 세워야 한다”며 “비록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한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또 사주 1인 지배가 아닌 구성원의 의지로 운영되는 신문사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가능성도 있지만 최소한 그러한 자유 실현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 바탕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1970년대로 돌아가 동아일보 구성원으로 독재 정권을 마주한다면 그가 다시 맨 몸으로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현역 언론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동아일보 기자들은 사주 의지에 따라 움직이나 1970년대 그때로 돌아간다면, 분명 언론 자유 수호에 아우성치는 동료들이 있겠지. 그들과 함께 박정희 정권과 다시 한 번 붙어 봐야지. 숙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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