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형 그룹홈’은 비행 청소년들을 위탁 보호하는 기관이다. 공식 이름은 청소년회복센터. 소년원과 달리 민간인이 운영한다. 2010년 경남 창원에서 처음 생겼다. 전국 14곳 중 부산과 경남에 12곳이 있다. 돌볼 가족이 없는 소년범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하는 대안 가정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지난 2월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들과 취재 약속을 할 때만 해도 훈훈한 미담이 넘쳐날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너무 어렵다”, “그만하고 싶다”는 한숨 섞인 푸념부터 들렸다. ‘지금보다 더 많은 법원 보조금을 받으려고 엄살을 부리는 건 아닐까’하고 의심까지 했을 정도였다.

몇몇 사법형 그룹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들여다봤다. 힘들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한 운영자는 “카드 돌려막기로 운영비를 조달하다 보니 빚 독촉에 시달린다”며 신용카드사에서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퇴직연금까지 다 털어 넣는데도 만성 적자”라고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사법형 그룹홈의 고정수입은 소년범 1인당 월 40만 원 정도 지원되는 보조금밖에 없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에서 지정한 보호시설로 인정받지 못한 탓이다. 운영자들은 모자라는 비용을 사재 출연이나 보조 변호인 수당(소년범 사건 처리를 위해 법원에 출두할 때 받는 수당)으로 충당했다. 인건비는 0원. 말 그대로 ‘열정페이’였다. 가출청소년쉼터나 일반 그룹홈이 교육비·인건비·운영비를 모두 지원받는 것과 비교됐다.

다시 사법형 그룹홈을 찾았다. 재정난을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 사법형 그룹홈의 가계부를 전수조사했다. 법원 보조금과 후원금, 운영비 내역을 월별로 기록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몇몇 운영자들은 영수증을 정리하다가 생각보다 더 많은 적자에 놀라기도 했다.

   
지난 3월 4일 밤 국제신문 온라인판 기사의 사법형 그룹홈 사진 갈무리.
 

운영비의 30% 이상이 식비로 쓰였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부장판사는 “경남의 (사법형 그룹홈) 아이 50명을 모아 회식을 했는데 삼겹살 200인분을 넘게 먹더라. 정신적 허기를 먹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배곯은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악착같이 먹는다. 8명이 한 끼에 라면 23개를 먹더라”는 한 운영자의 말도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사법형 그룹홈은 잠깐의 실수로 범죄의 늪에 빠진 아이들이 처음으로 맛보는 가정이다. 운영자들은 부모와 선생님 역할까지 한다. ‘사법형 그룹홈이 문 닫으면, 이 아이들은 또 다른 가정을 찾을 수 있을까, 평생을 범죄자로 낙인 찍혀 살아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엄습해왔다.

경찰서 유치장에 쭈그려 앉아 있는 소년들을 자주 봐왔다. 미성년자임에도 20범 이상도 있었다. 대다수가 오토바이 절도로 범죄 경력을 쌓았다. 이번 취재로 만난 아이들 상당수도 오토바이가 문제였는데, 키박스에 아무 열쇠나 꽂아 넣었다가 빼길 반복해 시동 거는 수법(속칭 딸딸이)으로 오토바이를 훔쳤다. 호기심이 이유였다. 허술한 키박스를 육각형 회전형 등 정교한 것으로 교체를 의무화할 수는 없는 걸까. 조금만 신경 쓰면 그릇된 호기심을 미리 막을 방법이 분명히 있다.

   

▲ 김화영 국제신문 기획탐사팀 기자

 

 

그러고 보면 이 나라의 청소년 정책은 너무 세심하지 못하다. 최근 경남도는 2007년 거창군에서 최초로 시행한 뒤 전국으로 확산한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바꾸었다. 나라의 미래라며 말로만 치켜세우고, 막상 투표권이 없으니 관심조차 안 두는 것이 위정자들 아닌가.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역시 사법형 그룹홈을 아동복지시설로 편입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놓고 ‘내 미락 네 미락’이다. 이러는 사이 민간 운영자들의 열정은 말라간다. 국가 교정시설 운영을 민간에 기대지 말고 제도권으로 편입하라는 당연한 요구에 정치권과 정부가 응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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