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규 KBS 보도본부장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의 사퇴와 관련해 결단을 촉구한 뉴스해설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권오훈,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KBS 1TV 아침 메인뉴스인 <뉴스광장>의 뉴스해설 코너에는 ‘이 총리 결단해야’ 제목으로 A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갈 예정이었으나 강선규 보도본부장의 요구로 뉴스해설이 수정됐다. 

KBS본부에 따르면 당초 뉴스해설 내용은 “당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앞으로 열흘간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데 자신의 코앞에 닥친 현안들 때문에 과연 국정이 눈에 들어올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였다. A해설위원은 16일 방송 녹화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선규 보도본부장은 당일 오후 8시가 넘어 윤준호 해설위원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뉴스해설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규 본부장은 ‘3000만원 수수 여부가 지금 논란이 검찰 수사 결과도 안 나온 상황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여론재판해서 나가라는 것이다. 사퇴 요구가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이유를 들어 수정을 요구했지만 윤준호 실장은 해설위원실에서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수정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7일 방송된 KBS <뉴스광장> 뉴스해설. KBS 화면 갈무리.
 

 

하지만 끝내 뉴스 해설은 강선규 본부장 요구대로 내용이 수정됐다. 실제 17일 방송된 뉴스해설은 백운기 해설위원이 새롭게 녹화해 ‘국정혼란 우려된다’ 로 제목으로 방송됐다. KBS본부에 따르면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달라는 뜻일 겁니다”로 바뀌었다. 

강 본부장의 수정 요구가 있었던 16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긴급 회담 뒤 해외순방을 나간 날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뉴스해설이 방송된 17일 아침 신문에는 이완구 총리에 대해 사퇴 촉구가 이어졌다. KBS본부는 “보수 일간지에서도 ‘이완구 총리, 조속히 사퇴하고 수사에 응하라’, ‘박 대통령의 ‘시한부’ 예고, 이 총리는 거취를 정리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며 “보수지조차 거부하지 못하는 민심의 흐름을 공영방송 KBS가 애써 외면하는 듯한 현 상황에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선규 본부장의 수정 요구는 절차상으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상 뉴스해설은 해설위원실 회의를 통해 합의된 주제와 내용을 결정했다.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뉴스해설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KBS 방송편성규약 제4조(취재 및 제작의 규범) 2항에 따라 보도본부장에게 해설 내용과 제목을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관례였다는 게 KBS본부 설명이다. 

KBS본부는 “뉴스해설 수정 요구와 더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설까지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우리는 이 같은 사태를 명백한 ‘KBS 방송편성규약’ 위반이자 심각한 공정방송 저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공정보도의 최후 보루가 되기보다는 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강선규 본부장에 대한 우리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강선규 본부장에게 KBS와 보도본부 구성원에 대한 즉각 사과를 촉구했다. 

KBS본부는 이와 함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임시 공방위 소집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에게 “사사건건 권력의 눈치만 보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았던 전임 전임 길환영 사장을 기억할 것”이라며 “조대현 사장은 강선규 본부장을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미디어오늘은 20일 강선규 본부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KBS본부에 따르면 강선규 본부장은 교체된 뉴스해설 내용에 대해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는 입장이다. 

한편 KBS 홍보실은 기사가 나간 뒤 "윤준호 실장이 거부한 게 아니라 강 본부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A해설위원이 재녹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백운기 해설위원으로 교체했다"고 알려왔다. (4월22일 오전 11시13분 기사 보강)

(4월22일 오전 11시13분 기사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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