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종합편성채널 MBN의 추악한 광고영업 행태를 폭로한 <선데이저널>의 보도에 이어, 이 보도가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해 줄 보고서가 발표되어 방송계와 시민사회에 충격과 함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MBN미디어렙 광고1팀의 영업일지 내용대로 MBN에서 실제 방송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편성 및 방송내용 등과의 연계여부를 정밀조사한 보고서를 민언련 사이트에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3월 8일 <선데이저널>이 폭로했던 영업일지에 적시되어 있는 프로그램 상당 부분이 MBN을 통해 실제 방송으로 나갔으며, 편성과 방송내용 등이 영업일지 내용과 연계된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

민언련은 <선데이저널>이 입수해 폭로한 2014년 12월 1일부터 2015년 1월 20일까지의 MBN 영업내용 387건의 기록 가운데 정상적인 광고영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54건을 골라 그 중 확인이 가능한 37건을 조사한 결과 56.8%인 21건이 실제 방송에서 반영되었음을 밝혔다.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MBN이 돈을 받고 해당 업체 및 제품을 홍보해줄 목적으로 보도한 다수의 입증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MBN은 자원외교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는 예외적인 사례로 부각시켰다. <선데이저널>이 폭로한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는 한국전력공사와 관련해서 “선청구 되었던 건 12월 경제포커스에서 소진 예정. 12월 6일 경제포커스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다뤄지며 한국전력공사에 부각 시킬 예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민언련이 조사한 결과, 실제로 12월 6일 MBN <경제포커스>에서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자원외교 관련된 업체를 줄줄이 비판하다가 유독 한국전력공사에 대해서는 “올해 4조 5천억 원의 매출 예상”이라면서 “전문회사로서의 경험 살려 안정적인 자원확보”라는 자막까지 실어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이밖에도 MBN의 약탈적 거래행태는 재방송 조건으로 돈 받기, 허위로 협찬 증빙하기, 보도를 통해 광고 압력 넣기, 기자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기, 거래에 실패한 업체 조지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며 유형 또한 다양하다.

   

▲ mbn 홈페이지

 

 

이번 MBN사태의 경우, 종합편성채널인지 홈쇼핑채널인지 구분이 안 된다는 비아냥조차도 온건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일 정도이다. 홈쇼핑채널은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채널이다. 시청자는 그러한 홈쇼핑채널의 성격을 사전에 알고 있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홍보가 다소 과장되더라도 그렇게 이해하고 알아서 판단한다. 그러나 건강한 여론을 조성하고 권력을 비판하며 불건전한 기업의 치부와 비리를 밝혀내야 할 종합편성채널이 프로그램을 돈 챙기기 위한 상품홍보로 이용한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이며, 종합편성채널의 기본 취지를 저버리고 시청자를 기만한 것으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문제이다.

그래서 MBN의 이번 약탈적 거래행태는 단순한 ‘광고영업행태’의 문제라기보다 종편채널의 존재이유를 전면적으로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칼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 없었다”는 <선데이저널>의 선정적인 제목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이번 사안은 추악하고 폭력적이다.

또한 이 문제는 단순하게 MBN미디어렙의 광고1팀 내에서 저질러진 사안이 아니라 MBN의 편성, 보도, 제작 등 MBN조직 전체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안고 있다. 그것은 MBN이라는 종편매체와 그 구성원들이 방송을 인식하고 있는 수준과 성격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법적 광고영업 등으로 응분의 징계를 취하는 등의 조치로는 부족하다. MBN이 종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 따위를 들먹이기 이전에, 이 사회에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흉기임을 인식하고 사회로부터 격리 또는 퇴출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식과 자세이다. 지난 3월 10일 언론노조가 이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문 접수를 며칠 늦춰달라는 입장을 전했고, 그 과정에서 방통위가 언론노조의 진상조사 요청 사실을 MBN에 알려준 정황이 드러났다. 방통위는 처음에 민원업무처리지침을 들먹이며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고 있다”고 강변하다가 얼마 뒤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며 극구 부인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방송매체의 불법, 탈법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규제기구가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의 민원이 제기되었음을 귀띔해주고 민원 당사자에게는 공문접수를 늦춰달라고 한 것은 피규제기관과의 유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이는 범인에게 피할 시간을 벌게 해주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물론 이번 MBN 사태는 MBN에 국한된 것이 아님은 만천하가 알고 있다. 광고시장 규모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명박 정권이,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을 거짓으로 부풀려 4개 채널을 허가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2012년 1사 1랩의 미디어렙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종편의 직접영업의 길을 터놓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방통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방송시장 규모에 맞는 종편 수의 조정, 광고정책, 종편특혜 문제 등 방송정책 전반에 대한 혁신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MBN의 퇴출을 포함한 방통위의 강력한 의지와 단호한 결단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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