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영돈PD를 만났다. JTBC 탐사버라이어티 <이영돈PD가 간다>는 2월 22일 방송만 해도 시청률 4.4%(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를 기록하며 상승세였다. 하지만 3월 15일 ‘그릭요거트’ 편이 논란이 됐다. 팩트가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방송에서 이영돈PD가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25일 이PD가 파스퇴르 광고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며 윤리적 문제가 불거졌다. JTBC는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시켰다. 기자와 만난 이영돈PD는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탐사보도는 지속돼야 한다”며 JTBC 탐사보도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우선 광고 논란을 물었다. 파스퇴르의 25일 보도자료를 보면 “베네콜은 핀란드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콜레스테롤 감소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이다. 이영돈PD는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고르고 골랐다. 이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논문도 읽어봤다. 그릭요거트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 그런데 시점이 안 좋았다. 언론이 두 건을 엮어서 마치 연관이 있는 것처럼 내 윤리성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탐사보도를 하는 사람은 광고를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그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내 불찰”이라고 했다. 

첫 보도는 아시아경제였다. 이 신문은 파스퇴르의 25일자 보도 자료가 나간 뒤 베네콜이 “농후 발효유 즉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요거트 제품”이라 전하며 “이영돈 PD가 다룬 그릭 요거트와는 차이점이 있지만, 비슷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점이 적절치 못하다”고 보도했다. 파스퇴르측는 “이번 그릭 요거트 방송과 상관없이 사전에 이영돈PD를 모델로 섭외한 것”이라 해명했다. 이PD는 “내가 특정 요거트 업체를 의도적으로 비판해서 이걸(베네콜) 더 많이 팔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JTBC 탐사보도프로그램 '이영돈PD가 간다'.
 

그는 억울해보였지만 그럼에도 불찰을 인정한다고 했다. “내가 순진하게 두 건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식약처 허가도 받은 기능성 음료였다. 단지 파스퇴르에서 만들어서 요거트로 분류한 것이다. 그릭 요거트와 실질적 연관은 없더라도, 그걸 엮게끔 제공한 건 나이기 때문에 불찰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사안이 프로그램 폐지 논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편을 보면 만날 연예프로그램과 떼토크뿐이다. 탐사프로그램은 키워야 한다. <이영돈PD가 간다>는 종편에, JTBC에 하나밖에 없는 탐사프로그램이다. JTBC가 제작 지원도 잘 해주고 있었고 30여명의 제작진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 한 번의 논란으로 이 프로그램을 단칼에 없애버릴 순 없다.” 현재 JTBC내부에선 프로그램 중단을 넘어 폐지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 실린 논문 <육화된 텔레비전과 이를 조망하는 방식-이영돈 PD 작가론>에서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이영돈PD는 체험하고 맛보고 뛰어들며 몸을 사용하는 실증과 실험 중심의 제작방식으로 시청자의 몰입감을 자극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영돈식 탐사보도의 논란을 들여다보면 공정성과는 멀고도 먼 센세이셔널리즘이 느껴진다”며 그를 “권력을 등에 업은 빗나간 방송인”으로 표현했다. JTBC에서 <이영돈PD가 간다> 폐지를 검토하는 배경은 이 같은 여론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이영돈PD는 그러나 이번 논란이 프로그램을 폐지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처음 요거트 업체의 항의건도 직접 나서서 사과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와도 좋게 마무리했다. 취재 과정에서 제작진이 가당을 무가당으로 착각해 주문했다. 관련해선 녹취록도 있다”고 말했다. 이PD는 기자에게 해당 업체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줬다. “다음에 꼭 요거트 가게에 놀러오세요”라는 문구가 담겨있었다. 

이영돈PD는 “육화된 제작방식이 선정적이라 생각할 수는 있지만 내가 몸으로 돌파하는 식의 제작 스타일을 단순히 센세이셔널리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센세이션을 위해 팩트를 포기한 적은 없다. 그게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30년 간 탐사프로그램 PD생활을 하며 여기까지 올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영돈PD는 “지금 범죄자들이 차고 다니는 전자발찌와 관련해 충격적인 사안을 제작진이 추적하고 있다. 조만간 미제 살인사건도 보도할 예정이다”라며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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