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한국 배치여부 한미상호안보조약에 따라 결론 난 것 아닌가?

한국의 미국의 군사적 조치를 ‘허락’해야 – 이를 숨긴 정부와 언론 대국민 사기극 벌이나?

한국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의 국내 배치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 가입 문제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미중 초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두 개의 제안 수락을 한국이 동시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긴박한 형국으로 비춰진다.

외견상 한국이 두 개의 과제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국내 정치권이나 언론이 관련 정보를 발표 또는 보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AIIB는 미국이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추정되지만 최종적인 선택권은 한국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드의 국내 배치에 대한 결정권은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드와 관련해 청와대는 '요청이나 협의,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 NO' 입장을 강조하면서 여당의 공론화 주장에 반대하고 야당은 전략적 모호성이 최선이라면서 청와대의 입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언론도 정치권의 입장을 주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한미 두 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주한미군사령부가 사드를 배치할 부지 조사를 이미 마쳤다고 밝히고 해당 지역에서 강력 반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부지 물색 발표에 이어 주한미군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수조 원대의 비용이 드는 사드를 포함시켜 미국 공군 대형 수송기로 수송할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고 연합뉴스가 15일 보도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 사드를 미국에서 수 시간 만에 공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측에서 나오는 이런 보도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사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만 결정치 않았지 주한미군에 이를 배치한다는 원칙은 이미 확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해도 최소한 단기적으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사드 관련 발표는 돌발적인 것으로 비춰지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의 이런 발표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사드문제의 공론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는 미국이 사드 문제에 대한 불필요한 잡음을 일시에 제거하려는 의사 표시로 읽힌다. 한국 정부의 고민을 배려하기는커녕 미국의 국익 추진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것인지를 보여준 충격요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찬물을 끼얹는 식으로 사드를 주한미군이 들여오겠다고 치고 나오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1954년 11월 18일 조약 제34호로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각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대한민국은 이를 허락한다”는 조항에 근거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은 휴전 후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다량 배치하거나 80년대 팀스피리트 훈련 때부터 오늘날까지 각종 첨단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수 있었고 한국은 이를 ‘허락’하는 입장만을 취해왔다. 이 조약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영해, 영공 전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군대를 미국의 의사에 따라 한국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한, 상호성이 결여된 불평등조약으로 한국의 군사주권을 제약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그 법적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 대사 피습 사건 이후 수차에 걸쳐 한미동맹을 강조했고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한미동맹 강화를 연발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미동맹 강화는 결국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이행에서 출발하고 그것은 사드를 주한미군이 배치하고 한국 정부는 ‘허락’하는 외의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법적 수단은 없는 상태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16일 한중 차관보 협의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미가 타당한 결정을 내리고 중국측의 관심사를 중시해달라”며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중국 외교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한미’가 타당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 의미는 아마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허락’하는 일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같은 발표와 보도만을 하고 있다. 사드가 공론화 된 이후 국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사드 배치와의 관계에 대한 지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알 권리가 박탈당한 것과 같은 심각한 일이다.

청와대, 여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강제성을 모를 리 없는데 침묵한다. 대부분의 언론도 그런 것을 보면 정치권과 한통속인 것으로 비춰진다. 대단히 심각한 일이다. 불평등 조약으로 강요당하는 한국적 비극에 대해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은 기만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핵심에 대해 침묵하면서 결과가 뻔한 중대 사안에 대해 헛 소리만이 시끄러운 이런 현상은 심하게 말하면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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