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 11기 집행부가 16일 출범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1월 선거 공고를 내고 후보 등록 절차에 들어갔으나 입후보자가 기한 안에 나오지 않았다. 선거 절차가 잠정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조능희 전 CP(책임 프로듀서)의 장고 끝 결단으로 집행부가 어렵사리 구성됐다.

현 MBC 상황은 녹록잖다. 사측은 잇따른 징계와 해고로 구성원을 압박하고 있다. 입바른 말을 하는 기자, PD들은 비제작부서로 밀려나고 있다. 보도와 제작 공정성은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거센 풍랑 앞에서 조능희 호(號)는 어떻게 노동조합을 이끌어 갈까. 미디어오늘은 이날 조능희 차기 MBC노조위원장을 만나 속내를 들었다.

   
▲ 조능희 신임 MBC노조위원장. (사진= 김도연 기자)
 

조 위원장은 해직자들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내게 (노조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사람들 가운데 해고자가 많았다”며 “그들이 그렇게 제안하는데 어떻게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조 위원장은 “과거 한 선배는 노조 집행부를 맡으면서 조합 일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아주길 바라는 자리’라고 말한 바 있다”며 “내게 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그 선배가 하던 말이 떠오르더라. 피할 수 없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한국 사회 격변기인 1987년 11월 MBC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하기 몇 달 전 MBC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조합 탄생과 성장, 그리고 현재 위기 상황까지. 조 위원장은 ‘이립’을 앞둔 노동조합과 동고동락했다. 그때 경험으로 조합원을 아우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여전히 MBC노동조합은 단단하다. 공정방송과 사내 민주화, 두 가치를 의심하는 조합원은 없을 것이다. 다만 방법적으로 어떻게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방송, 더 좋은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을 뿐이다.”

   
▲ 조능희 신임 MBC노조위원장. (사진= 김도연 기자)
 

조 위원장은 2008년 광우병 편으로 고초를 겪었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가 됐고, 4년간 소송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측의 잦은 징계로 인해 현재까지도 송사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명랑하고 쾌활하며 긍정적이다.

“원래 성격이 쾌활, 명랑하다.(웃음)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상황도 있었다. MBC가 국민 신뢰를 받던 그 시절에 활약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존재한다. 그 인력을 다시 활용한다면 공정한 방송 회복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교양국 해체, 그리고 핵심 인력이 변방으로 부당 전보되는 상황에 대한 조합원의 공감대와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MBC노조가 당면한 과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해직자’ 문제다. 조 위원장은 사측의 결자해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잇단 징계와 해고 등 경영진 행태에 대한 구성원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며 “이근행, 정대균 등 전 집행부 인사는 복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복직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불이익을 각오하고 노조는 복직을 수용하지 않았느냐”며 “지난 사장(김재철 사장)보다 현 경영진이 더 옹졸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측의 결자해지가 전제돼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MBC 보도와 제작 공정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주간지 시사IN이 발표한 언론 분야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2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면서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조능희 신임 MBC노조위원장. (사진= 김도연 기자)
 

조 위원장도 이러한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1987년 당시 촬영, 취재, 제작 차 현장에 나가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지탄과 돌팔매질을 받았다”며 “현재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30년 전으로 MBC가 퇴보했다는 데서 씁쓸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조 위원장은 “정권에서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폐해가 발생한다”며 “이는 정권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지금과 같은 ‘십상시’ 방송은 공정한 정치적 이슈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1기 집행부가 10기 집행부(위원장 이성주)와 차별점이 있을까. 10기 집행부는 외부로 드러나는 투쟁보다는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조합원들이 얻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들이 내세웠던 구호는 △단체협약 복원 △해고자 복직 △공정방송 복원, ‘3복 실현’이었다. 

“10기 집행부가 이루지 못한 ‘3복 실현’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나요. 다만 어떻게 가치를 정립하고 이끌 것인가는 조합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겠죠. 지금 당장 시청자들에게 ‘걱정하지 마시고 MBC를 보십시오’라고 말씀 드리진 못하지만 내부에서 끊임없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비판·견제 역할을 할 겁니다.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지켜봐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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