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공사 창립 42주년을 맞아 발표한 미션·비전에 인력구조 개편·퇴출 구조 확대 등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KBS는 KBS교향악단 단원에게 법인으로 전적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날 함께 발표한 공정 방송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KBS는 2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가장 신뢰 받는 창조적 미디어’와 ‘TV를 넘어 세계를 열광 시킨다’는 미션과 비전을 각각 발표하고 “국가 기간 방송이자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대표 공영방송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BS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KBS 미래혁신’ 방안도 발표했다. KBS는 내부 조직 혁신과 효율화 측면에서 ▲임금피크제 연내 실시 ▲연봉제 도입 ▲인력구조 개편과 퇴출구조 확대 ▲성과급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비용구조 혁신 측면에서는 ▲향후 5년 간 인건비 포함 3천억 원 절감 ▲KBS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One KBS’ 경영 추진 ▲지역국 기능 조정 및 운영 합리화 ▲본사와 계열사 시너지 확대 등을 꼽았다. 

KBS는 이와 함께 공영방송 제작자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정성’ 관련 준칙을 모두 모아 하나로 정비한 것은 국내에서 KBS가 처음”이라고 치켜세웠다. 

공정성 가이드라인은 총 113페이지 분량으로 공정성·정확성·다양성을 3대 준칙으로 설정하고 ▲공직후보자 검증 ▲선거 ▲여론조사 ▲공공정책 ▲사회갈등 ▲역사 ▲재난재해 등 7개 분야로 나눈 뒤 그 아래 49개 제작 세칙을 구성했다. 

KBS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이 KBS의 보도·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 조대현 KBS 사장이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KBS
 

 

하지만 양대 노조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노조(위원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는 2일 성명에서 “이날 오전 (사내) 미션·비전 선포식에서 한마디 언급도 없던 내용이 오후 3시 홍보실 보도 자료를 통해 ‘KBS 미래혁신’ 방안으로 발표됐다”며 “'KBS 미래혁신‘ 방안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KBS 미래 혁신’ 방안을 조대현 사장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발표로 규정하며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사내 제 단체와 연대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 미션·비전에 대해서 KBS본부는 “다만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를 기대한다”며 “지배구조 개선, 국장 책임제 도입으로 공정방송에 대한 실질적 조치들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KBS는 오는 12일 파견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KBS교향악단 단원 67명에게 법인으로 전적을 강요하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KBS노조)은 2일 이에 대해 “사측은 겉으로는 수신료를 올려 공적 책무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공적 책무를 포기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KBS노조 관계자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에 대해 “공정성 담보를 위해 존재했던 기존 매뉴얼을 짜깁기한 제작자 가이드라인으로 새로운 건 아니다”며 “국장책임제를 받은 것도 아니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끼워 맞춘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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