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2일 언론인 등을 포함한 ‘김영란법안’(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세부사항에 합의했다. 오늘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권력의 언론 길들이기, 위헌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쿠웨이트에서 중동 4개국 비즈니스 외교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쿠웨이트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은 모두 381억달러(41조959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언론은 검증 대신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조선일보가 2일과 3일 연이어 한국은행을 비판하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라는 것인데 사실상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 위험성을 살펴봤다. 아래는 주요 종합일간지 3일치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군피아가 주물럭…별 12개 구속‧1639억 ‘악취’>
국민일보 <‘김영란’ 언론인‧사립교원 포함>
동아일보 <이동3사 “檢警에 통신자료 못줘”>
서울신문 <직무 상관없어도 100만원 이상 금품 땐 처벌>
조선일보 <與野 ‘김영란法’ 합의… 오늘 國會처리>
중앙일보 <“박정희 권력의지 약해 내가 장도영 체포”>
한겨레 <‘김영란법’ 오늘 처리…우리사회 접대문화 바뀐다>
한국일보 <김영란법 적용 가족 배우자만 포함된다>

   
▲ 동아일보 3일치 3면
 

김영란법 타결…직무 상관 없어도 100만원 이상 금품 처벌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늦은 시간까지 협상을 통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 공직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공직자’ 범주에 대해 여야는 국가‧지자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임직원과 사학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 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100만원 이하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수수 금액의 2~5배 과태료를 물게 된다. 

법 시행과 처벌은 공포 뒤 1년6개월 기간을 유예하기로 했다. 내년 9월께는 전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이 법은 공직자와 그 가족들의 도덕성을 높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각종 청탁‧접대 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나, 검경 등 수사기관의 권한 비대화와 남용 우려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언론까지 규율 대상에 넣어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이어온 정부가 이 법을 무리하게끌어들여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중앙 “김영란법, 김영란도 황당할 것” “현실 도외시”

조선일보는 위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선은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았을 때 공직자로 하여금 신고를 의무화한 부분의 위헌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 규정은 일종의 ‘불고지죄’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가족관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조선은 △타 직업과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고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사 종사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벌하게 한 것 등을 들어 위헌 가능성을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위헌소지 명백한 김영란에 김영란도 황당할 것>에서 “민간 언론인과 모든 사립 교원을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위헌”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 아니라 민간의 특정 영역을 따로 떼어내 다른 민간 영역과 달리 취급하는 것도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 <현실 도외시한 ‘김영란법’ 우려한다>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며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앙은 “공직자에게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할 경우 대개 불법이 된다”며 “골프 접대는 물론 명절선물도 사라진다”며 “식당과 골프장, 선물업계 등 국민 상당수가 종사하는자영업이 큰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 한국일보 3일치 4면.
 

박근혜, 중동 순방에 언론들 ‘호들갑’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쿠웨이트에서 중동 4개국 비즈니스 외교를 시작했다. 언론은 띄우기에 나섰다. 다음은 관련 기사 제목 모음. 

국민일보 <자베르 연륙교서 “여러분 땀방울이 제2 한강기적 초석”>
동아일보 <의료-ICT 협력으로 ‘제2 중동붐’>
서울신문
조선일보 <朴대통령, 쿠웨이트 381억달러 수주戰 지원>
중앙일보 <쿠웨이트 지하철‧정유공장…“42조원 규모 수주 기대”>
한국일보 <“열사의 땅서 새 성장엔진 찾자” 朴대통령 代이은 중동 진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쿠웨이트 방문을 통해 보건의료 협력, 교통 협력, 유전개발 기술협력 등 경제분야에서 8개의 양해각서(MOU)와 신도시개발협력 등 1건의 합의 의사록(MOM)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쿠웨이트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은 모두 381억달러(41조959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받아쓰기 바빴을 뿐 최소한의 검증에 대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일보는 “중동은 딱 40년 전인 1975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의 시드머니 확보를 위해 진력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라며 “선친인 박 전 대통령이 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출구로 찾았던 중동을 박 대통령이 40년의 세월을 격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쿠웨이트만을 가로지르는 해상교량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는 우리 근로자들을 격려하며 박 대통령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 등 어려움에 처하면서 점점 더 부친의 길을 좇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최근 여당의 새누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무특보단을 포함한 특보단을 구성한 것도 부친의 길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3일치 1면.
 

한은에 ‘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하는 조선

조선일보가 지난 2일부터 <‘우물 안’의 한은>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을 하고 있다. 2일 제목은 <경기부양 팔짱낀 韓銀의 ‘시대착오’>, 3일 제목은 <‘3低 수렁’ 빠진 경제, 韓銀이 끌어올려야>였다. 

조선은 이날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한계에 도달한 정부의 재정정책 이외에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창의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위축된 수출과 침체된 내수의 통계를 끌어와 위기를 설파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인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올해 예산을 작년보다 20조원 늘린 데다, 경기 침체로 세수 결손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저성장, 저물가의 늪이 깊어지면서 한국 경제는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기 회복도 어렵다.” 결국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을 펼쳐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 좀 살려보자는 것이다. 재정정책을 더욱 확장적으로 펼치기 어려우니 금융정책, 즉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다. 

   
▲ 조선일보 3일치 6면.
 

하지만, 조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가계 부채의 위험성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의 가능성 등이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부채는 1089조원이다. 전분기보다 29조8000억원(2.8%)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는 67조6000억원 늘어났다. 국민 1인당 약 2150만원 수준의 빚을 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금리인하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두 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시중유동성은 상대적으로 풍부해졌지만 그 돈이 실물경기로 이어지는 고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인상까지는 일단 동결을 지키고 이후 글로벌 상황에서 봐서 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특히 금리인하를 택할 경우 재정정책도 함께 수반돼야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에서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경우 금리 인상의 압박이 커진다. 이런 사실을 뒤로 한 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명분만 내세우는 언론의 욕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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