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연말정산 멘붕’ 현실화>(문화일보), <“월급 받아보니…정말 13월의 세금폭탄”>(동아일보), <2월 월급 받아보니…연말정산 폭탄 사실로>(경향신문), <‘연말정산 뚜껑 여니…‘13월’의 폭탄 현실화’>(서울신문)

지난주 많은 언론이 올해 연말정산 결과 직장인들이 세금을 더 내게 됐다는 몇몇 사례를 들어 ‘세금폭탄’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세금의 변화가 미미할 것이라는 연봉 5500만 원 이하 직장인 중에서도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토해냈다고 보도하면서 정치권까지 ‘서민 증세’ 논란이 확산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300만 원을 받던 4인 가족의 가장이 이번 월급으로 20만 원을 받았다. 280만 원이 정산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며 “13월 세금폭탄이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인용한 문화일보 기사는 어머니와 아내, 딸을 부양하면서 한 달 실수령액 300만 원을 받는 근로소득자가 연말정산으로 280만 원의 세금을 추가 납부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조세 전문가와 세무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기사의 사례는 현실적으로 나오기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도 지난달 26일 해명자료를 내어 “기사에 언급된 사례는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로서 기사에 제시된 부양가족 기본공제와 근로소득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만 고려하더라도 추가납부세액이 280만 원이 발생한다는 것은 계산상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 지난달 26일자 문화일보 1면
 

4대 보험을 적용받고 한 달 실수령액이 300만 원 받는 직장인의 연봉을 최대 4500만 원으로 가정할 때 근로소득공제 금액은 1200만 원이다. 여기에 부양가족 기본공제 600만 원 외 신용카드와 보험료 등 추가 공제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산출세액은 297만 원, 결정세액은 204만 원 정도이다. 

추가납부세액(280만 원)은 결정세액에서 이미 납부한 원천징수세액을 뺀 금액으로서, 결정세액(204만 원)보다 클 수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 세무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당 근로소득자의 최대 조건을 주더라도 280만 원 추가납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실제 280만 원을 추가납부할 일이 생겼다면 다른 소득이 있다는 것이고, 오히려 추가 공제되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세액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실수령액이 300만 원이 아니라 결정세액이 28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라면 그럴 수 있지만 신문에 보도된 기사 내용만 봐서는 도저히 말이 안 되고 국민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급여 상승분과 원천징수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추가납부세액만 보면 더 내게 된 분들이 불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를 쓴 김다영 문화일보(사회부) 기자는 “실제 연말정산이 끝난 후 새해 첫 달 받게 되는 돈과 생활비를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쓴 것이고, 인센티브 등 실제 연봉이 안 나와 오독의 여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례의 당사자들도 연봉이 적은 편이 아니고 그 정도 세금이 나오는 것은 이해되는 부분인데, 중소기업이어서 분납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세금 폭탄’ 프레임에 맞춘 일부 사례를 부각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정치권 역시 조세저항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시민이 사회 정책에 대해 정보를 획득하는 길은 언론과 정치권의 평가를 통해서인데, 언론은 균형 있게 연말정산 결과를 보도하기보다는 일부 편향된 사례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보도하고 정치권이 이런 왜곡되고 부실한 정보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며 “언론이 윤리를 위반하고 정당도 진영논리에 따라 정부 비판에 도움이 된다고 이를 그대로 전달한다면 국민은 세금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환급액의 차이에 대해서도 “연말정산 환급액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고 세금의 변화가 아니라 원천징수 금액의 변화 때문인지도 꼼꼼히 봐야 한다”며 “간이세액표 변화로 덜 징수한 것 때문에 덜 환급받는 조삼모사의 경우도 생기고, 결정세액의 변화도 연말정산 제도의 변화 때문인지, 가구 지출 변화 때문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소득공제제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개편하면서 평균 고소득자의 23% 정도가 세금 부담이 늘었을 뿐인데, 언론 보도처럼 한 기업만 가지고 세금이 늘었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든 사례는 훨씬 더 많이 찾을 수 있다”며 “정부도 추가환급이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많이 내고 이자 비용 없이 돌려받는 것임을 사전에 충분히 알렸어야 하는데 지금은 올바른 정책을 하고도 욕먹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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