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홍보수석 4명 중 2명이 SBS 출신이라는 사실은 단지 우연일까. 조선일보는 신임 홍보수석에 SBS 기획본부장 출신 김성우 청와대 사회문화특보가 임명된 것을 두고 “SBS가 홍보수석 배출기관 같다”는 정치권 반응을 전했다. 2일 주요일간지 지면에서 ‘SBS 출신 홍보수석’에 방점을 찍은 신문사는 조선일보뿐이었다.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정부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남기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였다. 이명박정부에서도 SBS 고위 간부 출신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최금락 SBS 방송지원본부장은 청와대 홍보수석, 하금열 SBS 전 사장은 대통령실장을 역임했다.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도 우연이라 하기에는 발탁 빈도가 잦았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단지 SBS가 부러운 걸까.

조선일보는 2일 기사에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공영방송 출신을 뽑을 때 제기될 정치적 중립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SBS 출신을 자주 기용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은 민경욱 전 KBS 앵커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영구조의 보도전문채널인 YTN보도국장 출신이다. 

   
▲ 조선일보 5면 기사.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 신문은 “일각에선 공중파 방송과 이해관계가 직결된 사안과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인사가 묘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며 “언론계에선 특히 정부가 공중파에 유리한 광고총량제를 본격 추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지면을 통해 광고총량제 저지에 나선 주요 신문사 입장에서 공중파(지상파) 3사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SBS 출신 인사의 홍보수석 임명이 마뜩치 않다는 맥락이다. 이 맥락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부러움’보다 ‘분노’에 가깝다.

이번 기사를 볼 때 기억해야 할 두 번째 맥락은 조선일보와 SBS와의 ‘2011년 악연’이다. SBS는 2011년 3월 6일 <8뉴스>에서 故장자연씨의 편지를 단독 공개해 파장을 낳았다. 보도에 따르면 장 씨가 밝힌 성접대 상대는 31명이었고 이들과 맺은 성 접대 횟수는 100번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SBS는 “(편지에) 연예기획사, 제작사,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까지 열거돼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해 오보로 결론 났다.

조선일보는 해당 오보를 두고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 중 한 곳인 SBS가 전과 10범에 정신 병력을 갖고 있는 교도소 수감자가 지어낸 소설 같은 편지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SBS와 조선일보는 장자연 보도를 두고 전면전 분위기까지 치달았으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나온 이후 당시 보도책임자가 징계를 받으며 마무리됐다. 당시 장자연보도의 책임자는 최금락 SBS보도본부장이었다. 

   
▲ 2011년 3월 17일자 조선일보 13면 기사.
 
   
▲ 2009년 5월 13일 SBS보도.
 

‘SBS는 홍보수석 배출기관?’이란 조선일보 기사에서 봐야 할 세 번째 맥락은 조선일보가 말해주지 않는 사실관계에 있다. 2009년 5월 13일 SBS는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병우 중수1과장으로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시계의 시가가 1억원 수준으로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극에 달했다.

SBS는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권양숙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큰 파장을 낳았다.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게 사실이면 SBS의 첫 보도 역시 국정원 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당시 보도책임자다. ‘논두렁 시계’ 보도 당시 SBS보도국장은 최금락, SBS사장은 하금열이였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 말기에 홍보수석과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이들의 ‘영전’에 당시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청와대에 진출하며 이후 이남기 ‧ 김성우 인사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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